광활한 대지에 바람이 분다. 구름을 꿰뚫는 침봉을 휘돌고, 가파른 골짜기를 맴돌아 너른 땅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큰 숨을 토해낸다. 여행을 완성시키는 수많은 이미지. 그중에서도 향기는 추억으로 각인된다. 암봉과 평원, 호수와 빙하를 떠도는 바람의 여정, 그리하여 바람은 파타고니아를 지배한다. 칠레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거인이 산다는 황량한 땅 파타고니아에서 여행자를 처음 마중하는 것은 거인 대신 거친 숨결 같은 바람이다. 여행자의 머리카락은 마구 휘날렸고, 그의 눈에 미처 다 담지 못한 파타고니아는 격렬한 바람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으니, 또한 거인이다. 콘도르는 파타고니아 원주민에게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로 여겨진다. 높은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는 콘도르마저도 상승기류를 타고 오르니 그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