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진 ♡/세계여행가이드

대자연의 지배자, 바람

거울속의 내모습 2016. 7. 24. 22:50

 

 

광활한 대지에 바람이 분다. 구름을 꿰뚫는 침봉을 휘돌고, 가파른 골짜기를 맴돌아 너른 땅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큰 숨을 토해낸다. 여행을 완성시키는 수많은 이미지. 그중에서도 향기는 추억으로 각인된다. 암봉과 평원, 호수와 빙하를 떠도는 바람의 여정, 그리하여 바람은 파타고니아를 지배한다. <편집자주>

   


   
칠레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거인이 산다는 황량한 땅 파타고니아에서 여행자를 처음 마중하는 것은 거인 대신 거친 숨결 같은 바람이다. 여행자의 머리카락은 마구 휘날렸고, 그의 눈에 미처 다 담지 못한 파타고니아는 격렬한 바람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으니, 또한 거인이다.


   
콘도르는 파타고니아 원주민에게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로 여겨진다. 높은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는 콘도르마저도 상승기류를 타고 오르니 그 또한 바람에 몸을 맡긴 셈이다.


   
석양에 물드는 피츠로이. 묵묵한 첨봉을 순식간에 구름으로 휘어감아 희롱하는 것도 바람이다. 온전히 제 모습을 다 드러내며 위용을 자랑하다가도 순식간에 바람이 몰고 온 구름 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바람에 순응하여 진화한 파타고니아의 동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과나코다. 과나코는 파타고니아의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에 잘 적응하도록 두터운 털가죽을 가지고 있다. 안데스 산맥과 평야지대에 넓게 분포한 과나코가 평화롭게 호수를 거닐고 있다.


   
마치 뿔을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쿠에르노스 델 파이네 봉. 파타고니아의 바람은 유유자적하다. 호수의 수면을 휩쓸다가도 우뚝 솟은 거대한 봉우리로 솟구쳐 다시 구름으로 휘감는다.


   
파타고니아를 가르는 루타 40 도로. 드넓은 팜파스를 가르는 루타 40에는 바람이 어슬렁거렸고, 초원의 풀들도 다소곳하게 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렸다.


   
비바람에 맞서 엘 찰텐 마을에서 피츠로이로 향하는 하이커. 파타고니아의 지배자는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바람이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내에 있는 페호 호수.

글 사진 이현상 제로그램 대표|협찬 파타고니아 / webmaster@outdoo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