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휴양지를 찾는다면 다음 세 글자를 기억해야 한다. 사모아(Samoa). 남태평양의 이 작은 섬나라는 지척에 있는 피지·뉴칼레도니아·프렌치폴리네시아(타히티) 등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휴양지와는 또 다른 풍경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숲 속의 거대한 천연 수영장과 화산이 빚은 평원 등 독특한 자연과 태평양의 여느 섬나라보다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섬
낯선 나라, 사모아의 위치부터 알아보자. 사모아는 오세아니아 대륙에 속한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북동쪽으로 약 4000㎞ 떨어져 있다. 날짜변경선에 인접해 있어 지구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다.
사모아는 크게 둘로 나뉜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모아는 서사모아(West Samoa)라고도 부른다. 10개 섬으로 이뤄진 독립국이다. 동사모아(East Samoa)는 미국령이어서 아메리칸 사모아(American Samoa)라 부른다. 사모아가 독일, 뉴질랜드 식민지를 거쳐 1962년에 독립을 쟁취한 반면, 아메리칸 사모아는 미국령으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사모아는 폴리네시아(Polynesia) 문화권에 속한다. 폴리네시아는 하와이·프렌치폴리네시아·뉴질랜드·이스터섬(칠레)을 아우르는 넓은 문화권으로, 사모아만의 특징도 두드러진다. 사모아관광청 한국사무소 박재아 대표는 “사모아 사람들은 여느 섬나라 사람들처럼 유머 감각이 넘치면서도 정적이고 진지한 편”이라며“다른 남태평양 지역보다 가족 관계가 끈끈한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웬만한 범죄는 부족 안에서 해결해서 경찰의 역할도 미미하다고 한다. 화합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파 사모아 (Fa’a Samoa)’ 정신 때문이다. 독일, 뉴질랜드 외에는 바깥 세계와 교역이 많지 않았던 터라 전통문화도 잘 보존돼 있다. 사모아를 ‘폴리네시아의 심장’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런 특징 때문일까? 예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사모아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소설가 서머싯 몸은 타히티를 배경으로 한 소설 『달과 6펜스』뿐 아니라 사모아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 『레드』를 썼다. 조슈아 로건 감독은 고전 뮤지컬 ‘남태평양(South Pacific)’의 모티브를 사모아에서 얻었다고 한다. 『지킬 앤드 하이드』 『보물섬』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생의 마지막 6년을 사모아에서 보냈다.
신비한 빛깔의 천연 수영장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사모아는 온갖 신비한 비경을 품고 있다. 가장 유명한 건 천연 수영장 ‘토 수아 오션 트렌치(To Sua Ocean Trench)’다. 무성한 수풀 속 분화구에 에메랄드빛 물이 고여 있다. 이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는 사진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신비한 사진 한 장에 반해 사모아로 떠난다. 최근 가수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우폴루(Upolu)섬 남부에 있다.
사바이(Savaii)섬 남동쪽에 있는 ‘아푸 아아우 폭포(Afu A’au Falls)’도 유명하다. 물이 맑고 깊어 짜릿한 다이빙에 도전할 수 있다. 사바이섬, 노스 코스트 로드(North Coast Rd)를 따라 북동쪽 해안을 달리다 보면 검은 현무암 벌판이 펼쳐져 있다. 살레아울라 용암평원(Saleaula Lava Fields)이다. 화산 지대라 하면, 척박할 것 같지만 갖가지 꽃과 나무, 농작물이 무럭무럭 자라는 생명의 땅이다. 근처에는 ‘버진스 그레이브(Virgin’s Grave)’가 있다. 20세기 초, 화산 폭발 때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은 ‘기적의 교회’ ‘기적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우폴루섬 북부에 있는 수도 아피아(Apia)는 사모아의 유일한 도시라 할 만하다. 사모아 인구의 절반이 아피아 근교에 산다. 전통 춤, 목공예 등 폴리네시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사모아 컬처 빌리지’가 아피아에 있다. 아피아 남쪽 4㎞에 있는 베일리마(Vailima) 마을에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박물관이 있다.
저렴한 물가도 사모아의 매력이다. 론리플래닛은 지난해 ‘저렴한 10 대 여행지’에서 사모아를 4위로 꼽았다. 관광청은 하루 40~60달러면 충분히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침, 저녁 식사를 포함해 3만~4만원에 묵을 수 있는 해변가 숙소도 많다.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사모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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