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꾸는 힘
차가운 겨울밤 시골 성당의 신부님이
성당을 청소하고 잠자리에 들려 할 때
누군가 성당 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을 열어주니 경찰들이 부랑자 한 명을
붙잡아 성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신부님은 부랑자의 얼굴이 낯이 익어
자세히 살펴보니 어젯밤 추운 날씨에 잠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곤란해하며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성당에서 하루 지낼 수 있게 배려해 주었던
남자였습니다.
그런데 경찰들이 그 남자의 배낭을 열어보니
성당에서 사용하는 은촛대가 들어있었습니다.
경찰은 신분님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이 남자가 성당의 은촛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수상해서 체포했습니다.
자기 말로는 신부님이 선물한 것이라는 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어디 있습니까?"
신부님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그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촛대만 가져간 겁니까?
제가 은쟁반도 같이 드렸을 텐데요.
당신은 이런 늙은 신부의 작은 호의에도
너무 미안해하는 착한 사람이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은쟁반까지 내주는 신부님의 모습에
경찰들은 미심쩍은 얼굴로 그냥 돌아갔습니다.
경찰들이 사라지자 남자는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신부님에게 사죄했습니다.
사실 남자는 신부님에게 많은 호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은촛대를 훔쳐 달아난 것이었습니다.
신부님은 빙그레 웃으며 남자의 배낭에 은쟁반마저
넣어주었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과 미리엘 신부의
이야기입니다.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
성직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십계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거짓 증언을 했습니다.
만약에 신부님이
'저자는 도둑놈입니다.'라고 차가운 진실을
말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엄격하고 차가운 진실보다는
때로는 따뜻한 용서와 부드러운 마음으로
잘못을 받아줄 때 사람은 진심으로
변화하고 뉘우치는 법입니다.
# 오늘의 명언
용서는 과거를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미래를 푼푼하게 만든다.
– 파울 뵈세
군인의 품격
2017년 6.25 전쟁 관련 기념식이 벌어지고 있는
국립현충원에 86세의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꼿꼿한 자세, 다부진 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박옥선 할머니는
참전용사들의 자리에 앉아계셨습니다.
1968년 전역한 박옥선 대위는 간호장교로
전쟁터를 누빈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차별받던 시절,
더 배우고 자립하고 싶어 간호장교 시험을 치렀습니다.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부모님을 뿌리치고 임관하여
전쟁터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지옥과 같은 상황을 봤습니다.
고통 속에 죽어가며 울부짖는 병사들의 공포,
아무리 치료해도 계속 늘어가기만 하는 부상자들,
죽을힘을 다해도 살릴 수 없던 사망자들.
전쟁터는 눈물과 절망감만이 쌓여가는
아비규환의 도가니였습니다.
'악하게 살아가는 것이 전쟁이다.
저 사람을 안 죽이면 내가 죽어야 한다.
그러니까 전쟁은 있으면 안 돼.'
그래서 박옥선 대위는 6.25 참전 유공자회
여성 회장을 맡아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유공자들의 생활을
챙기며 돌보고 있습니다.
올해 87세, 본인도 적지 않은 나이이면서
다른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드리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누구보다 용감하지만, 전쟁의 공포를 바로 알고
비참함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자세,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는 마음가짐.
바로 이것이 박옥선 대위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군인의 품격입니다.
'조국을 위한 자'들을 생각하면 언뜻
목숨 바쳐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의 열정을 조국과 전쟁터에 바치고
남은 인생과 생명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박옥선 대위 역시 조국에 목숨을 바치고 있는
순국선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는 않는
가장 귀한 젊음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바치고 있는
모든 국군장병 여러분 역시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숭고한 사람들입니다.
많은 군인이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군인의 품격에
경의를 표합니다.
# 오늘의 명언
평화는 결코 폭탄 투하에서 비롯된 적이 없다.
진정한 평화는 깨달음과 사람들이 신성한 방식으로
더 많이 행동하도록 교육하는 것에서 온다.
– 칼로스 산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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