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명품소비, 머리는 사회주의… 젊은층 대세로 부상한 ‘강남좌파’
영화 드라마부터 패션잡지까지 죄다 ‘자본과 권력 때리기’ 몰두
자본 있어야 노동의 가치 발생 노동만 있는 북한처럼 되고싶나
노동의 열등한 지위 싫으면 스스로 자본 되고자 노력하라
색깔론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말해 보자면 현재 한국은 거의 전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다. 영유아 보육비를 국가가 보조하고 온 국민이 저렴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데 “육아의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뒤집어씌우느냐” “젊은이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국가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미생’이니 ‘김과장’ 같은 드라마들은 모두 대기업에 대한 증오와 조롱을 부추기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KBS의 드라마 ‘김과장’의 홍보문은 “삥땅, 해먹기, 뇌물의 파라다이스 대한민국!!”이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대기업은 온통 비리나 뇌물로만 운영되고, 한국은 부패의 천국이라는 식이다. 개인 간의 경쟁을 바탕으로 한 소득 격차와 신분 격차를 아예 근본부터 부정하는 사회주의적 사고다.
반(反)자본주의적 사고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매체를 통해 빠르고 깊게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급이 자본계급을 타파하지 않으면 사회 변화가 어렵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젊은이도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자본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다.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패션 잡지조차 어느새 ‘자본과 권력 때리기’에 합류하고 있다. 탄핵, 촛불, 세월호, 재벌 해체론을 한참 읊은 뒤 이것은 “발렌시아가를 입고 셀린느 가방을 들며, 바이레도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한다. 몸으로는 명품을 소비하며 머리로는 사회주의를 생각하는 소위 ‘강남 좌파’가 우리 젊은 세대의 대세임을 방증하는 지표적 담론이다. ‘좌파’는 어느새 가장 화려한 사치재(奢侈財)가 되었다.
소비생활이나 대중문화만 그런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산수화를 온통 붉게 칠하는 어느 화가의 그림이 명품 브랜드 펜디의 매장에 화려하게 걸린 적도 있다.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후원하기 위해 제정된 에르메스 미술상은 보수 정권을 야유하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에 열을 올리거나, 세월호가 국가 폭력이라고 주장하거나,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라며 삼성 때리기에 몰두하는 미술가들에게 해마다 주어지고 있다.
집에서 내가 뜨개질한 한 켤레의 장갑, 내가 구운 한 덩이의 빵은 내 가족에 대한 사랑일지언정 거기서 잉여가치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도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빵 기계를 도입하고 종업원도 채용하여 노동을 조직했을 때 비로소 시골 빵집 주인도 자본론을 굽게 되는 것이다. 노동은 그 스스로 가치를 발생시키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을 조직하고 사회화하는 자본이 있을 때에만 가치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노동보다 자본이 우위에 있는 것이다. 자본가의 지위가 고정돼 있는 것도 아니다. 노동의 열등한 지위가 싫다면 스스로 자본이 되려 노력하면 된다. 자본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 사회는 활력을 되찾고 개인들은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노동만 있는 사회, 그것은 북한과 같은 사회다.
한국 젊은이의 패션이 된 ‘좌파’는 구식의 패션임을 젊은이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박정자 객원논설위원 상명대 명예교수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217/82908973/1#csidx210f1b34f021a59b358f06e4a9da1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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