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바라본 풍경은 다양했다. 피레네 산맥을 넘고 나바라를 지나면 보이는 포도밭, 황금빛 밀밭의 지평선이 펼쳐지는 메세타, 대성당이 있는 부르고스와 레온, 숲이 울창한 갈리시아 등.
나헤라-산토도밍고 데 까사다 구간
생장피데포르에서 한 아이가 순례길을 떠나는 아빠를 배웅하고 있다.
부르고스에서 만난 여성 자원봉사자
그 풍경만큼이나 우리 삶에도 다양한 길이 있지 않을까? 그 모든 길을 가로지르면 마침내 다다르게 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그 곳에서 순례는 끝이 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음속 많은 길 중 하나의 길만이 남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이미 걷고 순례자들을 돕기 위한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여성 자원봉사자를 ‘오스피탈레라’라고 한다. 제일 행복해 보이던 부르고스에서 만난 오스피탈레라에게 행복에 대하여 물었다.
“나눔은 행복이라는 요리 중에 가장 큰 재료야.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건 내게 있어 정말 감사한 일이고 나는 이 일을 무척 사랑해.”
“선물을 주면 행복이 와. 더 주면 더 행복해져. 나는 지금 이곳에 있는 것에 깊이 만족해. 그건 이 일이 원래 일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거야.”
배움 21: 행복은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나헤라-산토도밍고 데 까사다 구간에서 우루과이에서 온 엔지니어 파블로(25)와 의대 재학중인 티파니(25)를 만났다. 파올로 쿠엘료의 ‘연금술사’를 보고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게 된 동기를 물었다.
우루과이에서 온 파블로와 티파니.
“나는 팝콘 장수가 되기보다는 양치기가 되기 위해 이곳에 왔어. 엔지니어 일을 관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려고 해.”
“인생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지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내게 누군가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한다면 가지고 싶은 것을 선택하려고 해.”
데이비드는 바르셀로나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7년 전부터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 아스트로가 구간에 가게를 차리고 순례자들에게 간식을 무료로 제공해오고 있다. 그에게 행복에 대하여 물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살다가 7년 전 이곳에 정착한 데이비드.
“행복은 삶을 바라보는 자세라고 생각해. 중요한 건 자기 삶을 사는 거야.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내 삶은 없어지는 거거든. 남들과 같은 삶을 사느니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도 내 삶을 사는 게 행복해지는 비결이야.”
그는 기존의 삶의 방식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콤포스텔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배움 22: 행복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산토도밍고 벨로라도에서 애견과 함께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온 프란시스코(41)에게 물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프란시스코.
“행복여행이라니 신기하네. 요즘에는 자기 자신의 행복의 길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세상이 복잡해지고 주변 환경과 수많은 정보 속에 살다 보니 다들 혼란을 겪는 것 같아. 때로는 복잡한 문제들을 단순하게 치환해서 바라보면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 일상 속에서 중요한 순간이 와도 그것들을 바쁘다는 핑계로 쉽사리 놓치고 말지. 참 안타까운 일이야.”
그는 우리 삶을 좀 더 단순하게 바라보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 삶의 행복은 좋은 음식을 먹고, 편안한 옷을 입고, 편리하고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좋은 친구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지속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배움 23: 행복은 복잡해 보이는 문제들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나헤라-산토도밍고 데 까사다 구간에서 미국 콜로라도에서 온 노년의 지미(71)는 자신을 시험해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한다. 본인의 생일에 시작해 순례길을 걷는 그에게 청년들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미국인 지미.
“우리 나이 정도 되면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일들이 있어요. 하지만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돼요. 자신이 느끼는 권태와 패배를 세상의 탓으로 돌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안락함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꿈을 꾸고 변화시켜야 해요. 세상을 변하게 하는 것도 자기 자신을 변하게 하는 것도 바로 우리 자신이니까요.”
배움 24: 행복은 내가 세상의 주인임을 인식하고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아스트로가의 한 알베르게에서 스웨덴에서 왔다는 80대 노부부를 만났다. 그들에게 순례길에 온 동기를 물었다.
스웨덴 노부부
“우리는 가톨릭 교도인데 이 순례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꿈꿔온 거에요. 이제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고 이 순례가 우리에게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에요. 늦게라도 할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우리의 삶도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여정이 아닐까? 산티아고 길 위에 있는 사람들처럼 우리들 모두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사람들은 결국 가장 소중하게 남는 것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길에서 나누는 기쁨, 베푸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길에서는 아플 때 약을 나눠주고, 목마를 때 물을 건네고, 물집을 따주고 밥을 나눠주는 등 서로를 위해 시간을 소비하고 물질을 나누기 때문이다. 이 길이 아름다운 이유는 길을 걷는 이들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삶도 그래야만 하는 게 아닐까? 삶이라는 길 위에 만나는 사람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서쪽 땅끝마을 피스테라
피스테라의 순례자 동상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아름답다.
혼자 걷는 길인 줄 알았던 산티아고 순례길. 그러나 그 길 위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각자 그 길을 가지만 서로 보듬어주고 돌봐주고 믿어주기 때문에 가는 길, 그리고 갈 수 있는 길 말이다.
배움 25: 행복은 길 위에서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에 있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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