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를 찾아서 떠난 지구 방랑자 4인의 오지 여행기. 오늘의 여행자는 여행 작가 문신기, 그의 방랑지는 헤밍웨이가 28년이나 머물며 제2의 고향으로 여긴 쿠바. 그곳의 작은 어촌마을 코히마르에서 바로 <노인과 바다>가 탄생했다.
코히마르(Cojimar)
올드카와 어울리는 코히마르 마을의 풍경.
<노인과 바다>의 마을, 코히마르쿠바의 수도 아바나 동쪽에는 ‘전망이 좋은 곳’이라는 뜻을 가진 작은 어촌마을 코히마르(Cojimar)라는 곳이 있다. 코히마르는 쿠바 중부의 도시 산타 클라라(Santa Clara)처럼 체 게바라 혁명의 흔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트리니다드(Trinidad)처럼 마을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것도 아니지만, 쿠바 여행의 마지막 성지라 불리며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이는 오직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때문이다. 코히마르는 85일 동안 먼바다에서 노인이 홀로 치러낸 고독한 사투를 그린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자 모티프가 된 곳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어부 산티아고)의 실제 모델이었던 그레고리오 푸엔테스(Gregorio Fuentes)는 2002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코히마르에서 살았다.
<노인과 바다>처럼 바다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두 노인과 소년.
아바나 프라도 거리에서 58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얼마 가지 않아 아바나의 고풍스러운 스페인식 건물은 자취를 감추고 드넓고 푸른 카리브 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 분 만에 코히마르에 도착했다. 코히마르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를 환영해 준 것은 헤밍웨이도, 카리브 해의 푸른 바다도 아니었다. 대신 뜨거운 태양이 정수리를 강렬하게 내리쳤고, 남루한 차림의 두 할아버지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었다. 코히마르는 <노인과 바다>의 마을이기 이전에 강렬한 태양과 음악이 있는 곳이었다. 조금 걸어가자 헤밍웨이의 흉상이 보였다. 미국의 대문호이며 현대 소설의 개척가로 칭송받는 헤밍웨이는 쿠바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로 사랑했다. 그가 쿠바에 머문 시간은 무려 28년. 그는 대표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를 모두 쿠바에서 썼다. 하지만 그는 1960년 쿠바혁명으로 추방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원고가 있는 쿠바로 돌아가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렸다. 결국 1년 뒤인 1961년 스스로 총을 입에 물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만약 추방되지 않았다면 그는 쿠바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소설에서 본 어촌을 기대했으나, 어디서도 어촌마을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방파제에서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 몇 명의 강태공들이 보였다. 나는 이곳에서 어촌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항구가 있을 법한 곳을 찾기로 했다. 둘러보니 저 멀리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낚싯배가 해안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배가 향하고 있는 곳으로 10여 분 정도 걸어가자 작은 배들이 모여 있는 항구가 나타났다. 배들은 하나둘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고, 한 청년이 작은 건물 안에서 청새치로 보이는 커다란 물고기를 해체하고 있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과 사투를 벌이던 그 물고기였다.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대단하게 큰 물고기는 아니었다. 바로 옆 해변에서는 두 노인과 소년이 함께 그물을 던지고 있었다. 소소하고 평화로운 어촌의 모습이었다. 소설처럼 극적이지는 않았지만 헤밍웨이가 이 모습들을 지켜보며 소설을 구상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뭉클해졌다.
헤밍웨이의 단골식당으로 유명한 라 테레자다.
쿠바의 낭만’이라고도 불리는 칵테일 모히토.
다시 마을 안쪽으로 돌아가 헤밍웨이 단골집으로 유명한라 테레자(La Terraza)에 갔다. 소설 속에서 소년 마놀린이 노인 산티아고를 위해 커피를 받으러 온 식당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고풍스러운 갈색 나무로 만들어진 바와 벽을 가득 채운 술병들이 보였다. 오전 시간이라 식당 안에는 직원과 기타를 튕기는 두 남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흰색 옷을 입은 무표정한 바텐더가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저기 헤밍웨이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홀로 바에 앉아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모히토를 주문했다. 헤밍웨이는 낚시하지 않는 날에는 이곳에서 모히토를 마시며 글을 썼다. 창문 밖에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왔고, 가게 안에 앉아 있던 남자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들으며 아침 술잔을 기울이자 헤밍웨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일상이 소설처럼 극적인 누군가의 삶이라고. 고요한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삶이, 사투를 벌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라고 말이다. 혹자는 코히마르는 특별히 볼 게 없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렴 어떤가. 이곳에서는 모두가 소설 속의 노인이 되고 헤밍웨이가 되는데,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문신기
‘그림, 글, 여행 노동자’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여행 작가. ‘1년에 한 번씩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프랑스, 호주, 태국, 스페인, 쿠바에서 길게는 8개월, 짧게는 1개월간 살았다.
공유하고 싶은 또 다른 여행지호주의 중부 도시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사막 마을 연두무(Yeondumu).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 아티스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사막 위의 집 몇 채가 전부이지만 호주 사막의 아름다움과 호주 원주민의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여행길에 의외로 유용한 아이템와인 오프너를 꼭 챙겨간다. 게스트하우스, 호스텔을 이용할 때 여러 사람과 술을 마실 기회가 많은데 이 작은 것 하나로 히어로가 될 수 있다. 또 유용한 아이템 중 하나가 작은 아이스박스다. 더운 지역을 여행할 때 아이스박스 하나면 해변의 작은 미니 바를 만들 수 있다.가보고 싶은 여행지은둔의 왕국 부탄을 꼭 가보고 싶다. 물론 여행도 돈으로 하는 것이지만, 꼭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 떠나는 게 여행이라 생각한다. 조금은 돈과 동떨어져 살아가고 있는 나라, 우리 사회와 가치의 중심이 조금은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보고 싶다.내가 떠나는 이유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다. 떠나보면 좋은 것보다 불편하고 외로움이 더 크지만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있기에 여행을 한다.
EDITOR 김아름,김영재,김은희
PHOTO COURTESY OF 문신기
DIGITAL DESIGNER 전근영
'♡ 사 진 ♡ > 세계여행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Here is The Best] 낯설고도 친숙한 섬나라, 스리랑카 (0) | 2016.06.29 |
---|---|
이스터섬, 모하이와 함께한 1주일 (0) | 2016.06.25 |
Hola Cuba 특별한 쿠바 여행을 위한 Must Do 5 (0) | 2016.06.21 |
5월엔 따뜻한 스위스 공원 어때요? (0) | 2016.06.18 |
스위스를 즐기는 6가지 방법 (0) | 2016.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