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에서 가까운 저장성 샤오싱(소흥)시 안창구전(安昌古鎭) 마을에는 100년 전 모습을 지켜온 옛 장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는 4000년 전부터 월지(越地) 조상들이 활동하기 시작할 만큼 입지조건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1000년 전 당나라 때 황제의 명으로 안창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명·청 시기에는 무역 지위가 월등해 상품경제가 발달하고 유명인사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문화적인 바탕이 되어 항저우 방언의 연극 등이 성행하기도 했다. 저장성의 무역 으뜸지역으로 상업부두는 중요한 상품 집산지였으며 무수한 상인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금융시장이 왕성했음을 증명하는 100년 전 은행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샤오싱에서는 자동차로 한 시간이 걸리고 항저우에서는 30분 정도 걸리는 안창구전에 무료한 일요일 나들이를 나가보았다. 내가 들른 중국사무실에서는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를 앞두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항저우를 중심으로 춘제에는 우리나라 순대 같은 ‘샹창(香腸)’이 줄지어 널려 있고 1m가 넘는 부를 상징하는 잉어와 돼지머리 등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널려 있는 광경이 장관이다.
안창구전에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발효간장 제조공장(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항저우를 중심으로 전통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이 간장은 샹창, 어류, 육류 등을 통째로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 담가 건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안창은 자동차 도로가 없고 100년 전 모습 그대로 수로가 발달돼 모든 수송은 지금도 뱃길로 이용하고 있다. 작은 나룻배 같은 배들이 줄지어 경쟁을 하며 짐을 실어나른다. 하수시설이 잘돼 있지 않은 100년 전 그대로의 시장에서는 설거지 그릇들을 배로 실어 다른 곳에서 수세한 다음 다시 각 식당으로 나르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기도 했다. 배를 타기 전 뱃사공과 흥정하고 40원(약 7000원)을 지불한 다음 시장 전체를 배위에서 훑어볼 수 있었다.
춘제를 앞둔 터라 사람들의 발길은 바빴다. 유명한 간장으로 조미된 전통음식 재료를 사기 위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흥정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춘제가 되면 이 재료들이 메인 음식이 돼 친족 간에 보름이 넘도록 큰집부터 차례대로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6촌 이내 형제들이 모두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날인 만큼 벌써부터 설렌다고 거래처 사장(한족)은 말을 이었다. 아직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지는 명절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전통을 지키는 일들이 희미해져 가고 있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항저우=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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