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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버지의 일기장 .&2.당신에게 또 다른 손이 있음을 기억하라

거울속의 내모습 2015. 11. 22. 22:56

아버지의 일기장

 




내가 기억하기로 나의 아버지는 수십 년 넘게 일기를 써오셨다.
지금이야 더는 쓸 게 없어졌다고 생각하는지 그만두신 지 오래다.

하지만 나의 어린 날,
누나와 함께 아버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꽤 흥미진진한 놀이었다.
부모님이 집을 비우면 우리는 이때라고 싶어
아버지의 일기장을 뒤적이며 키득거렸다.

한번은 일기장에 숨겨놓았던 10만 원짜리 수표를 발견하기도 했는데,
당시엔 보물찾기하다가 1등 상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쪼르르 어머니에게 달려가 고자질을 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어렵고 힘든 시절의 일상들과,
가족들의 하루가 아버지의 관점에서 서술된 내용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아버지 일기장을 꾸준히 탐닉했던 이유는,
일기장에선 누나와 내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일기장에서만큼은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했고,
나는 어리기에 그 사랑을 마음껏 쟁취하곤 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아버지의 일기장을 찾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아예 관심을 끊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 우연히 방구석에서
먼지가 쌓여있는 아버지의 일기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때 이후로 두 번 다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나이를 먹고 읽은 아버지의 일기에는
아버지의 고민과 슬픔, 삶의 어려움 같은 것이 잔뜩 묻어 있었고,
그걸 다시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려서는 일기장의 주인공이 누나와 나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아버지가 주인공이었어야 했나 보다.
그리고 아버지가 주인공인 아버지의 일기는
너무 외롭고 힘들어 보였다.

아버지가 썼든 일기를 훔쳐보든 아들은 어느덧 삼십 대가 되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아버지의 일기장이 생각나곤 한다.

내가 아버지보다 잘살고 있는 건지, 맞게 가고 있는 건지..
그럴 때면 한없이 우울해지면서도 또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사는 것은 외롭고 힘들다. 그래도 또 살아야 한다.
아버지의 일기장이 그런다.

- '방구석 라디오' 중에서 -





소소하고 평범한,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일상이 주는 감동.
여느 삼십 대처럼 직장생활을 하던 평범한 남자가
'지금 내가 잘살고 있는 걸까?'라는 시작이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소하다고 느껴 지나쳐버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댓글을 작성하신 10분을 선정하여
'방구석 라디오' 도서를 보내드립니다.


# 오늘의 명언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게 아니다. 보다 자기다워지는 것이다.
- 린 홀 -

 

 

 

 

  당신에게 또 다른 손이 있음을 기억하라

 




화창한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아빠의 정원 손질을 돕고 있는 아들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고, 정원수들도 다듬고 화단의 꽃에다 물도 주고,
때마침 신선하게 바람도 불어와 아빠를 돕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아들과 함께 잔디밭 여기저기 자란 잡초를 뽑고 있던 아빠는
잔디밭 한가운데에 돌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아들에게 잔디밭 밖으로 굴려버리라고 말했다.

아빠 말씀대로 힘껏 돌을 굴리려고 했지만,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낑낑대던 아들은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아빠, 못하겠어요. 제 힘으로는 이 돌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아들아,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면
너도 얼마든지 그 돌을 치울 수 있단다."

아들은 다시 기운을 내서 돌을 움직여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여전히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아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게 되고
아빠는 아들의 등을 토닥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돌을 움직여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단다.
그런데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더구나."

아빠의 말씀에 아들은 두 눈이 호기심으로 동그래졌다.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너는 네 옆에 아빠가 이렇게 서 있다는 것을 잊고 있더구나.
나는 언제든지 너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나에게 도움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더구나."

아들은 금방 눈을 반짝이며 아빠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아빠와 힘을 합쳐 큰 돌을 잔디밭 밖으로 밀쳐낸
아들은 기뻐하며 외쳤다.

"아빠, 우리가 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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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가르칩니다.
홀로서기
일등은 단 한 명
경쟁하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함께하기
같이 우승하기
도와주기


# 오늘의 명언
서로 떨어져 있으면 한 방울에 불과하다.
함께 모이면 우리는 바다가 된다.
- 류노스케 사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