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타 ♡/좋은글 보기

[권순활의 시장과 자유]한국의 국운은 한계에 왔나 2 동아일보 칼럽

거울속의 내모습 2015. 7. 30. 00:18

 [권순활의 시장과 자유]한국의 국운은 한계에 왔나         동아일보 칼럽

 

최근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나이로비에서의 마지막 연설에서 한국을 언급했다. 1961년생인 오바마는 “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케냐의 국민총생산이 한국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한국이 훨씬 잘사는 나라”라며 케냐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가 언급한 두 나라의 ‘과거와 현재’는 해외 학자들의 책에서도 종종 눈에 띄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67년’의 성취

다음 달 15일 광복 70년, 건국 67년을 맞는 대한민국은 신흥국의 우등생으로 손색이 없다. 한국은 제1차 경제개발 계획에 착수한 1962년부터 1991년까지 30년간 연평균 9.7%의 경이적 경제성장을 했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의 분단국이 짧은 기간에 선진국의 문턱까지 이르렀다. 정치는 제도적 민주화를 달성한 정도를 넘어 과잉 민주주의의 폐해를 걱정하는 단계다.

8·15 직후의 혼란 속에서 이승만 신익희 김성수 조병옥 등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해 역사의 승자인 자유진영의 일원이 되게 했다. 오바마가 태어난 해에 집권한 박정희는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 구인회 같은 유능한 기업인과 협력해 당시만 해도 생소한 수출주도형 정책으로 산업화를 성공시켰다. 건국과 부국(富國)의 주역들의 생애에 몇몇 흠이 있더라도 그들의 혜안과 결단이 없었다면 한국의 모습은 전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국운 융성기는 이제 끝난 것 같다. 30년의 고성장기 이후 1992∼2011년의 20년은 연평균 성장률 5.4%의 중성장기였다. 2012년부터는 3% 이하의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조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모두 휘청거리는 ‘산업절벽’, 성장이 정체되면서 일자리가 격감하는 ‘고용절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래도 밝지 않다. 규제와 인건비 부담 증가,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식 매입으로 투자 빙하기가 찾아올 공산이 크다. 무차별 복지에 따른 재정적자 증가는 심각한 ‘재정절벽’을 불러올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1%대, 2030년대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서비스업 규제혁파와 진입장벽 철폐, 노동시장 유연화가 저성장의 덫을 타개할 해법이지만 개혁이 결실을 거둘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야당 못지않게 경제민주화에 집착해 지금의 경제난을 초래하는 데 한몫했다. 대통령이 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장동력 재점화로 선회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 개혁에 가속도가 붙은 영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현재 상당수 여야 정치인의 경제관과 기업관은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개혁의 개념도 주류 경제학자들과 다르다. 국민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해 정치권을 바꿔놓지 못하는 한 답답한 현 상황이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업 고용 재정의 ‘3중 절벽’

기원전 146년 로마는 카르타고를 멸망시켰다. 로마군 총사령관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는 카르타고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역사가 폴리비오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차지하는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로마도 이와 똑같은 순간을 맞이할 거라는 비애감이라네.” 우리 역사상 가장 번성하고 한때나마 중국에 기죽지 않고 살았던 ‘대한민국 67년’의 국운이 한계에 다다른 듯한 안타까움을 느낄 때면 스키피오가 말한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법칙이 떠오르곤 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추천해요463

 

 

 

[홍찬식 칼럼]새정연은 왜 젊은층을 배반할까       동아일보 칼럽

 

20, 30대의 전폭적 지지에도 되돌아온

 것은 각종 정책에서 다른 편 옹호 뿐
野黨에 감성적 투표 행태 접고 언제든

등 돌릴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수밖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인상적인 노래는 ‘그대는 듣는가, 민중의 노래 소리를(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다. 1830년대 프랑스에서 젊은이들이 일으킨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다. 행진곡풍에 ‘내일이 오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마지막 가사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뒤흔든다.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에 즈음해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에 개봉됐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가 좌절했던 젊은 세대들이 영화를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는 얘기가 나왔다. 비록 이번에는 졌지만 언젠가는 우리들이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이 노래에서 발견한 듯했다.

당시 20, 30대 유권자의 문재인 열풍은 뜨거웠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65.8%, 30대는 66.5%가 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집계됐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 20대의 지지율 59%, 30대의 59.3%보다도 높았을 정도였다. 20, 30대들의 야당 사랑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무리 부진 속을 헤매도 식지 않는다. 그제 리얼미터가 발표한 새정치연합의 세대별 지지율에서 20대는 31.6%, 30대는 37.1%를 기록했다. 다른 연령층에선 뒤지지만 20, 30대에선 새누리당을 10% 이상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젊은층들이 보내는 열렬한 박수만큼 새정치연합이 그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20, 30대의 이익에 반하는 ‘배신의 정치’가 종종 벌어진다.

최근 백지화된 목동 행복주택 사례만 해도 그렇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에게 주변보다 낮은 월세로 빌려주는 임대주택이다. 이 지역에 지난해 새정치연합 소속 구청장이 당선됐을 때 그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공약이지만 새정치연합의 지지 층인 20, 30대를 위해서는 절실한 사업이다. 살인적인 전세금에 고통을 겪는 젊은층을 생각하면 지역 주민이 일부 반대한다고 해도 찬성 쪽에 서는 게 옳았다. 그러나 구청장은 법정 소송까지 벌여가며 반대했고 백지화가 확정된 직후 이를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당혹스러웠다.

얼마 전 공무원연금법 개정에서 새정치연합은 20, 30대의 이익을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공무원연금이 만들어낼 천문학적인 나랏빚을 젊은층에게 그대로 떠넘긴 것은 물론, 기존 공무원들의 연금 수준은 보장하면서도 내년 이후 신규 공무원 임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금을 받도록 했다. 젊은층에 보은(報恩)은커녕 이쪽저쪽 동시에 강펀치를 날린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조만간 맞닥뜨릴 노동개혁 문제에서 대기업 정규직 편을 들지, 아니면 청년층 일자리를 늘리는 편에 설지 선택해야 한다. 야당이 벌써부터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해온 대로 대기업 기득권 노조 편에 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고는 대타협이 안 돼서 부득이 노동개혁을 못했다며 그 뒤에 숨어버릴지 모른다. 젊은 세대가 갈망하는 청년실업 해소는 그만큼 멀어져 가고 있다.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짝사랑이 되풀이되는 현실에 대해 정치학자들은 ‘추지(推知) 이론(Information short cut theory)’으로 설명한다. 지지 정당의 정책이 자신에게 맞는지 충분한 정보를 인지하지 않은 채 이미지만 보고 투표한 데서 비롯된다는 이론이다. 한국 정치에서 감성적 충동적 투표는 특히 두드러진다.

새정치연합은 젊은층이 지금처럼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줄 경우 타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20, 30대의 표는 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확보된 것으로 보고, 추가로 노조 등 이익단체의 지지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야당과 노동운동 세력은 동지적 관계를 맺었다. 사람들이 교체되지 않는 한 이들의 ‘의리’는 계속된다. 젊은 세대로서는 새정치연합에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는 다음 선거 때도 야당을 찍자고 문자를 돌리고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자랑할 것이다. 오히려 기성세대가 공무원연금의 국가부채를 더 걱정하고 국민연금 수령액을 올려준다는데도 반대한다. 한국 사회의 뒤바뀐 자화상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내일의 새로운 삶’은 언제나 올 수 있을 것인가.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추천해요328

 

 

  [사설]野, 청년 일자리 법안 막아 놓고 “정규직 20만” 외쳐서야           동아일보 칼럽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어제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은 절반 이상의 일자리가 시간제, 단기 인턴제 일자리로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면서 “청년 일자리 20만 개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문 대표는 청년 고용에 대한 국가 책무 법제화, 청년 고용 할당제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확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구직 촉진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하고 또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공공부문은 몰라도 사기업의 경우 정규직 채용을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기업이 선뜻 정규직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해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유연성이 필요한 것이다. 무턱대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라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라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억지다. 정규직만 고집해서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는 것보다 비정규직이라도 많이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에 권고한 핵심 해법도 비정규직에 대한 균등 처우 확보로 일자리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노동개혁으로 고용 유연성이 높아진다면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꺼릴 이유가 없다.

기업은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인력구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에 연령대별 구성을 포함해 최적의 고용을 결정해야 한다. 제3자의 강압에 못 이겨 인력을 뽑게 되면 과잉 인력이 되고 효율성이 떨어져 지속되기 어렵다. 정부에서 기업을 지원해 인건비를 상쇄시킨다면 국가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의 고용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한다면 재정이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고용 창출은 경제가 잘 돌아가 기업에 일거리가 생겨나야 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의지 부족도 문제지만 야당이 강력 반대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같은 몇몇 법안만 국회에서 통과시켜도 기업 투자를 견인할 수 있다. 진보 진영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 지키기’를 한국 노동운동의 맹점으로 지적했다.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선 기득권층과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도 필요하다.

추천해요111

 

 

   [사설]외국인 끌어들여 국정원 의혹 키우려다 망신당한 새정연

 

새정치민주연합이 그제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을 따지기 위해 외국 전문가까지 화상으로 참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작년 2월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이 한국 등 21개국에 스파이웨어를 판매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폭로한 캐나다의 비영리 연구팀인 ‘시티즌랩’의 빌 마크작 연구원도 참가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해킹 논란과 관련해 “내가 알기로는 35개국에서 이슈화되고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하자 마크작 연구원은 “한국만큼 크게 사회적 반향이 일어난 국가는 없었다”고 답했다. 새정치연합은 해킹 프로그램이 논란이 되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는 국정원과 여당의 주장을 반박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새정치연합이 무색해졌다.

해킹 프로그램인 RCS를 구입한 35개국 중에는 미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호주 스페인 등 서방 세계의 주요 국가도 있다. 일부 권위주의적인 국가에서는 해킹 논란이 공론화되기 어려운 제약이 있을 수 있다지만 언론 자유가 있는 국가에서도 한국에서처럼 뜨거운 정치적 논란이 되지 않는다. 불법 도청이나 감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보기관이 신뢰를 받고 있고, 국익도 고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해킹팀’의 최고경영자(CEO) 다비드 빈센체티는 최근 영국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 기고문에서 “(한국을 비롯해) 해킹팀과 거래한 곳에서 합법적인 수준의 감시 활동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해킹팀 고객들은 군사적이거나 불법적인 목적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도록 계약을 맺고 있다”고도 했다.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들의 수법이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는 현실에선 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새정치연합이 불법 해킹에 대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의혹만 부풀린다면 국가가 당면한 위협에 대처하는 국정원 본연의 임무 수행만 어렵게 할 뿐이다.

새정치연합은 어제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국정원 직원들이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담은 집단 성명을 낸 것이 국정원법에 위배된다며 이병호 국정원장 등도 고발했다. 하지만 불법 행위의 실체는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의 일방적인 정치 공세가 해외에서 오히려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