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진 ♡/세계여행가이드

부티크 와인을 찾아서, 스칼라 데이

거울속의 내모습 2015. 6. 5. 23:09

카탈루냐는 물론 스페인 최고급 와인으로 손꼽히는 와인을 타라고사 지방의 피오라트에서 맛볼 수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극찬했다는 와인을 맛볼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 스칼라 데이

프리오라트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인 스칼라 데이의 모습. 1163부터 와인을 제조했다는 기록이 있다.

1551년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와인 셀러, 포도원, 수도원, 와인 & 기념품 숍,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기본 투어 성인 10유로(약 1시간 30분 소요), 와인 테이스팅 3 종 5유로

낮 12시~오후 4시, 여름 낮 12시~오후 5시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남서쪽, 1시간 50분 거리, C-32, AP-7 도로 이용.

Rambla Cartoixa, S/N, 43379 Escaladei, Priorat, Tarragona

+34-977-827-027

처음 스페인 와인에 도전하던 날, 마드리드 출신의 친구에게 어떤 와인을 마셔야 할지 물었다. "어떤 음식을 먹을 건데? 난 개인적으로 묵직하고 타닌이 풍부한 와인을 선호해서 템프라뇨 포도로 빚은 레드 와인을 좋아해. 신선한 과일 향의 레드 와인을 선호한다면 그라나차 포도로 담가서 숙성 기간이 2년 넘지 않은 어린 와인이 낫고. 화이트 와인이라면 마카베오나 사렐로 와인이 마시기 좋을 텐데…." 당황했다. 피노 누아, 시라즈, 샤르도네가 아닌 생경한 스페인의 포도 품종이 줄줄이 튀어나오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친구는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한 내 표정을 보곤 피식 웃더니, 딱 한마디로 결론을 냈다. "그냥 리오하Rioja 와인을 골라. 그러면 돼." 그가 자신 있게 리오하 와인을 추천한 속사정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됐다. 스페인 와인의 경우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원산지 통제 명칭'에 따라 와인의 품질 등급을 매긴다. 유럽 와인은 품종, 원산지, 제조 방법 등 엄격히 정한 기준을 준수한 양질의 와인이 아니면 원산지 표시를 할 수 없다. 훌륭한 스페인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2개 등급만 제대로 기억하면 된다. '원산지 증명'을 의미하는 DO(Denominacion de Origen)와 '원산지 증명 자격'을 인증한 DOCa(Denominacion de Origen Calificada)다. DOCa가 스페인 최고의 와인 등급으로 10년 이상 DO등급의 와인을 생산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총 63개의 와인 산지 중 DOCa를 받은 지역은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Rivera del Duero, 프리오라트 세 지역뿐이다. 친구의 말대로 리오하의 이름을 단 와인이라면 일단 믿고 봐도 되는 것. 친구의 조언 덕분에 그동안 줄창 리오하 와인을 마셔봤으니 이번엔 또 다른 최고 등급의 와인인 프리오라트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지중해를 따라 달리다 만나는 타라고나 주의 산자락에 프리오라트가 자리해 있었다.

↑ 스칼라데이

와인메이커이자 소믈리에인 하우메. 숙성 중인 와인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숙성중인 와인을 점검

절벽 아래 숨겨진 수도자의 포도원, 스칼라 데이

프리오라트로 향하는 길의 창밖 풍경은 변화무쌍하다. 바르셀로나 시내를 빠져나온 지 10분이나 됐을까. 화려한 도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평온한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더니 이내 황무지가 보이고 울룩불룩한 바위산이 나타난다. 프라데 산맥을 지나 프리오라트가 위치한 몬산트에 이르는 구간은 입을 떡 벌리게 하는 광활한 대자연이 나타난다. "스페인은 산악 지형이 3분의 1이나 차지하죠."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침없이 달리던 카를로스가 갑자기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니 병풍처럼 둘러선 계곡 아래 층층이 포도밭이 들어서 있었다. "몬산트예요. 해발 700미터 높이죠. 이런 곳에 와이너리가 있다니, 놀랍지 않아요? 정면으로 멀리 보이는 건 피네레 산맥이에요." 2시간쯤 걸려 몬산트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프리오라트의 한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그 이름은 스칼라 데이. 규모는 전날에 방문했던 코도르뉴에 비해 훨씬 소담하다. 과거 수도원으로 쓰였다던 중세시대 석조 건물과 와인 생산 및 저장 공간을 갖춘 작업장이 있다. 그 맞은편에 민박집 수준으로 보이는 호스텔과 식당이 2개 있다. '이곳이 로버트 파커가 스페인 최고의 레드 와인을 맛봤다는 그 와이너리란 말이지?' 작지만 특별한 부티크 와이너리였다. 마음에 들었다. 꺽다리 나무가 늘어서 있는 시골길에선 아이들이 공을 차고, 길가에 내어놓은 의자에서는 호스텔 혹은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와이너리 앞엔 덩치 큰 개 한 마리가 철퍼덕 누워 시에스타를 즐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시골 풍경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스칼라 데이의 와인 메이커이자 소믈리에인 하우메가 반가이 맞아주었다. 그는 스칼라 데이에서 지프를 몰고 산등성이에 위치한 포도밭을 보여줬다. "프리오라트의 와인이 특별한 이유는 천혜의 환경 덕분이죠. 몬산트 산맥을 보호 장벽 삼아 비탈진 언덕에 포도밭이 자리 잡고 있어요. 해발 400~700미터의 산악 지대에 위치하다보니 밤낮의 기온 차가 크고요. 이로 인해 짙은 당도를 머금은 단단한 포도가 영글어지죠. 무엇보다도 핵심은 토양이에요. 이코레야llicorella라는 진한 갈색의 석판이 보이죠? 돌 표면에 규암가루가 박혀 있어요. 이것이 프리오라트의 와인을 광물 향의 정수로 만들죠." 훌륭한 품질의 포도를 매혹적인 맛으로 빚어내는 것은 그의 몫이다. 그는 시멘트 탱크, 스테인리스 탱크, 오크 통 등 서로 다른 저장고를 이용해 최상의 맛을 찾는다. 스칼라 데이에서 재배하는 품종은 지중해 지방에서 볼 수 있는 가르나차와 카리녜나,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시라 등이다. 이들을 블렌딩해 세련된 타닌의 맛과 부드러운 벨벳의 결을 느낄 수 있는 레드 와인으로 빚어낸다.

↑ 와이너리 옆 레스토랑

↑ 레스토랑 주인

와이너리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전형적인 카탈란 음식을 선보인다. 주인이 칼소타다 먹는 방법을 시범 보이는 중.

↑ 높은곳에 위치한 포도원

해발 400~700미터에 위치한 포도원. 진한 갈색 석판이 섞여 있는 토양이 포도에 독특한 아로마를 갖게 한다.

↑ 스칼라데이의 대표 와인

스칼라 데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 스칼라 데이의 '마스 데우Mas Deu'는 지난해 최고의 카탈루냐 와인으로 뽑혔다.

카탈란 가정 밥상과 부티크 와인

그 지역의 음식을 함께 곁들일 때 와인을 더욱 깊숙이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스칼라 데이의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4가지 와인을 시음한 후 와인병을 그대로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2개의 식당이 있는데 왼편에 위치한 식당에서 가정식 정찬을 즐길 수 있다. 구석진 산골짝까지 누가 찾아오겠나 싶지만 주인은 매일같이 애피타이저-메인 디시-디저트로 구성된 코스 요리를 준비한다. 메뉴도 각 코스당 7가지나 된다. 식당을 휘휘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여주인 혼자인 것 같은데 달팽이 구이부터 지중해산 참치 스테이크, 대구 그라탱, 산비둘기 백숙, 멧돼지 등심 구이까지 어떻게 내놓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녀는 주문도 받고 요리도 하고 서빙까지 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고기도 직접 잡았다고 한다. "카탈루냐 산골 지방의 여인은 강하죠." 하우메는 각 요리에 어울릴 법한 와인을 매칭해주었다. "달팽이 요리는 카탈루냐 산악 지대에서 전통적으로 먹는 요리예요. 올리브유를 얹고 허브를 뿌려 오븐에서 익히죠. 신선한 열매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스칼라 데이 가르나차 2014년산을 마셔봐요. 향이 진하면서도 감미로운 참치 스테이크는 타닌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프리오르 스칼라 데이 2012년산이 좋겠어요. 이건 그냥 내 생각이에요. 당신을 기쁘게 하는 와인이 가장 맛있는 와인이죠."


CHECK! 스페인 와인의 품질 등급 제도

여느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원산지 통제 명칭' 제도를 따른다. 품질이 우수해야만 원산지 표시를 할 수 있다. 총 5등급으로 나뉜다.


프랑스의 AOC, 이탈리아의 DOGG에 해당하는스페인 최고의 와인 등급. 10년 이상 DO등급의 와인을 생산하고 지정된 품질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리오하와 프리오라트, 리베라 델 두에로만이 DOCa등급을 받았다.


원산지, 품종, 재배법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고급 와인 생산 지역. 총 60개의 지역이 해당한다.


DO 승급을 기다리는 와인.

지역 와인을 의미. 품종 선택이나 생산량을 정할 때 훨씬 자유롭다.

비노 데 메사 즉 평범한 테이블 와인.


<2015년 4월호>

서다희

전재호

코도르뉴 코리아

, 루프트한자 독일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