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metro-불로boulot-도도dodo(전철-일-잠)'로 이어지는 주중의 반복적인 생활에 지친 파리 사람들은 주말에 휴식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디로 갈까? 파리 근교의 특별한 장소들을 소개한다.
↑ 라 클로세리 팔바라
↑ 라 클로세리 팔바라
↑ 라 클로세리 팔바라
라 클로세리 팔바라
파리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페리니 쉬르 예르Perigny-sur-Yerres라는 작은 마을에 가면 푸른 벌판 위에 현대미술 작가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거대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온통 하얀색 폴리우레탄 페인트로 칠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검은색 페인트 띠로 장식한 이 작품의 제목은 <라 클로세리 팔바라La closerie Falbala>, 우리말로 팔바라 무도회 공원이다. 이는 광인, 환자, 아이들의 그림과 같은 '아르브뤼Art Brut'적 미술에 심취했던 뒤뷔페가 40년 동안 남긴 1만여 점의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다. 무려 1610제곱미터나 된다. 울퉁불퉁하고 흑백으로만 꾸며진 팔바라 빌라를 둘러싼 무도회 공원에 들어서면 마치 새로운 차원의 세계에 발을 디딘 느낌이다. 8미터 높이의 팔바라 빌라를 만드는 데 쓰인 합성수지의 양만 해도 약 12톤. 압도적으로 거대한 건축물에 가까운 이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뜬금없는 문고리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꼬불꼬불한 검은 띠에 따라 만들어진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뒤뷔페가 실제로 명상을 하던 공간이 나타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저 하얀 바탕에 누군가 검은 마커로 장난을 쳐놓은 것같이 보이겠지만, 일단 이 기묘한 공간에 들어서면 바닥의 높낮이도 외벽의 들쭉날쭉함도 가늠하기 어려워지므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현재 뒤뷔페의 작품 모형들과 조각 프로젝트들은 팔바라 정원 옆 작가의 아틀리에에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1973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초연되었던 뒤뷔페의 <쿠쿠 바자Coucou Bazar>라는 공연도 볼 수 있다. 팔바라 무도회 공원은 미리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이 가능하다.
Foundation Dubuffet, Rue du Moulin Neuf, Sente des Vaux, Ruelle aux Chevaux 94520 Perigny sur Yerres.
TEL+33-1-47-34-12-63
↑ 파르크 생 클루
파르크 생 클루
파리에서 지하철 10호선 또는 9호선을 타고 종점인 퐁 드 세브르Pont de Sevres에 내리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생 클루 공원에 닿는다. 공식 이름은 도멘 나시오날 드 생 클루Domaine National de Saint-Cloud, 생 클루 국유지라는 뜻이다. 16세기 로열 패밀리들이 살던 생 클루 성의 일부로 460헥타르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녹음이 드넓게 펼쳐진 정원과 분수, 아름다운 조각들을 감상하며 귀족 같은 휴식을 누릴 수 있다.
92210 Saint-Cloud
+33-1-41-12-02-90
↑ 생 모르데 포세
생 모르데 포세
파리 근교에서 가장 부유한 주택가 중 하나로 알려진 생모르데 포세Saint Maur des Fosses의 외곽을 유유히 흐르는 마른marne 강. 파리에서 RER A선을 타고 샹피니Champigny 역에서 내리면 강둑에 닿는다. 울창한 나무, 싱그러운 식물들로 이뤄진 둑길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찌든 마음을 씻기 좋다. 배를 타거나 낚시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날씨 좋은 날이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잔디밭에서 소풍을 즐기는 가족들이 많다. 한가롭고 아름다운 이 동네의 멋진 집들을 구경하는 것도 마른 강 산책의 재미 중 하나다.
<2015년 5월호>
글·사진정혜민(파리 통신원)
에디터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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