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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작은 섬, 팔라우 여행기

거울속의 내모습 2016. 11. 9. 17:01
신비로운 유적과 전쟁의 상처를 둘러보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에서 가장 큰 폭포인 응가르드마우 폭포.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는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스쿠버다이빙을 비롯한 수상스포츠를 즐기거나 휴식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이외에도 팔라우에는 흥미로운 문화적 명소나 역사적 발자취를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펠렐리우 섬에는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전쟁 유물이 여전히 남아있다.

[글 사진 - 김후영_여행작가]

팔라우는 1994년 독립한 나라로 비교적 신생국에 속한다. 2차 세계대전 시에는 일본군의 침략을 당했으며 종전과 함께 독립이전까지 미국령이었고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해 있었다. 이 작은 섬나라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근래에 들어와서부터다. 오늘날에는 우리나라 국적기의 직항편이 운항하면서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자도 점점 늘고 있다.

 

 

현지인이 소라고둥을 이용해 소리를 내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팔라우에 다녀왔다고 하면 어디에 있는 나라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팔라우의 위치는 필리핀과 괌, 인도네시아가 서로 만나는 곳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필리핀으로부터 동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으며 괌에서는 남서쪽으로 떨어져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이리안자바로부터 북쪽에 위치한다.

팔라우는 수많은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팔라우에서 가장 큰 섬은 바벨다오브(Babeldaob)다. 사실 바벨다오브에는 많은 인구가 살지 않는다. 팔라우 전체인구 2만 명 중 1만 3천 명이 수도인 코로르에 모여 산다. 코로르는 바벨다오브 섬 옆에 위치한 코로르 섬에 있다.

수수께끼 같은 돌비석이 놓인 바벨다오브 섬

바벨다오브 남쪽에는 팔라우 국제공항이 자리해 있다. 모든 외국인 방문객들이 이 국제공항을 통해 이 나라로 들어오지만 바벨다오브 자체를 둘러보는 여행자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미크로네시아에서 괌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이 섬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자연적 매력이 숨어있다.

 

 

미군 전사자의 묘지 앞에 국기와 철모가 놓여있다.
섬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인적 없는 드넓은 대지 위에 아스팔트 도로가 잘 닦여있다는 점이다.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은데, 근래들어 1억 5천만 달러의 큰돈을 들여 85km에 달하는 포장도로를 만들어놓았다. 도로가 놓이기 전까지 바벨다오브는 접근이 어려운 곳들이 많아 미스터리 아일랜드로 불리기도 했다.

바벨다오브는 과거 화산활동이 빈번했던 곳으로 높은 산은 없지만 오르락내리락한 지형을 보여주는 구릉 형태의 작은 산들이 많다. 섬 중앙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는 울창한 정글로 뒤덮여있다. 섬의 동쪽 해안은 아름다운 모래 해변들로 연결된 형태를 보인다. 반면 섬의 서쪽은 맹그로브 가득한 습지 형태의 해안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섬을 둘러보면 잘 포장된 도로를 제외하고 이곳이 얼마나 현대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곳인지 알 수 있다. 현대식 가옥도 거의 없으며 신호등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공항 인근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흔한 호텔이나 리조트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카티지 형태의 숙소가 제한적으로 존재하지만 이러한 모습도 조만간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게 되리라 추정된다.

특히 중동부에 자리한 멜레케오크(Melekeok)지방은 팔라우의 새로운 수도로 지정되어 엄청난 경제적 지원과 함께 미래지향적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이미 이곳에는 서구식 건축양식을 띤 국회의사당 건물이 자리해 있기도 하다. 현재 섬의 전체인구 4천 6백 명 중 대다수가 섬의 남쪽에 자리한 공항 인근에 타운을 형성하여 모여 살고 있다.

 

 

수수께끼 같은 돌비석들이 여러 개 세워져 있는 바벨다오브.
바벨다오브 섬이 미스터리 아일랜드로 불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섬 북쪽에 놓인 원인 모를 비석 형태의 돌기둥이 수십 개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 돌기둥들은 현지에서 바드룰차우(Badrulchau)라 불린다.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이 돌기둥들이 이곳에 어떠한 목적으로 세워졌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단, 학설에 의하면 이곳 원주민들이 신봉하던 신들을 위한 일종의 기념비로 보기도 한다.

비석 중에는 정면에 사람의 얼굴 형상을 담은 것들도 있어 일부 학자는 태평양 너머 멀리 자리한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과 연관 짓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 돌기둥들이 그들이 믿는 신에 의해 세워진 것이라고 믿는다. 신들이 그들에게 전통가옥인 바이(Bai)를 세울 초석으로 주었다는 것이다.

 

 

바벨다오브에 자리한 팔라우의 전통 가옥 바이.
바벨다오브에는 아름다운 폭포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곳은 가르드마우(Ngardmau)라 불리는 폭포다. 이 폭포는 게르첼추스(Ngerchelchuus)라 불리는 작은 산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줄기로 미크로네시아 연방에서는 가장 크다. 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2차 세계대전 시 일본군이 사용했던 작은 철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폭포에다다르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에 들어가 강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아래까지 다가가보자. 친구나 연인과 함께 물장구를 치며 추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폭포 주변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야외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점심시간이라면 도시락을 가져가는 게 좋다.

2차 세계대전의 생생한 현장, 펠렐리우 섬

팔라우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은 수도인 코로르에서 멀지 않는 록아일랜드이다. 여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록아일랜드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에 좋다.

응가르드마우 폭포로 가는 길에 놓인 행잉브릿지.
코로르 인근에 자리한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는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지에서 온 휴양객들로 붐비는 이 나라 최고의 리조트로 아름다운 모래 해변을 지닌 곳이다. 팔라우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와 같은 수상스포츠를 즐기고 휴양을 위해 오지만 팔라우에도 하이킹을 하거나 역사적 명소를 찾아볼 기회는 주어진다.

록아일랜드 남쪽에 자리한 펠렐리우(Peleliu) 섬은 인구 600여 명이 모여 사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이 유명한 이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사령부가 있던 장소로 미군과 일본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펠렐리우는 팔라우에서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 중 하나다. 투어로 찾아온 방문객을 제외하고는 여행자도 거의 없고 길에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다. 볼거리나 관광명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느긋한 일상덕분에 현지인의 집에서 며칠간 머물며 여행을 하는 것도 좋다.

누군가 이 섬을 두고 잡음 하나 없는 정적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섬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필자는 시간상 여유가 없어 투어로 이 섬을 방문했지만 개인 여행자는 코로르와 펠렐리우를 일주일에 한두 차례 운행하는 보트를 타고 이곳에 와서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하이킹을 통해 정글 숲에 숨어있는 일본군의 잔해를 방문해볼 수 있다. 사우스 독(South Dock)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는 홀로 이 섬을 찾은 여행자에게 하이킹에 필요한 섬의 상세 지도를 제공한다.

 

 

평화로운 팔라우의 모습.
오늘날의 평화로운 분위기와는 달리 2차 세계대전 때 이곳에서 살벌한 전투가 벌어졌다. 1944년 일본군은 이곳에 들어와 현지인들을 모두 몰아내고 자신들의 기지를 세우고 자국의 항공기가 오갈 수 있는 활주로를 놓았다. 미군은 이 활주로를 차지하기 위해 일본군과 유례 없는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며 두 달간 1만 5천 명이 전사하는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다.

미군이 이 섬에 상륙한 뒤 거리를 좁혀오자 일본군 1만여 명은 산 아래 굴을 파서 은신했다. 미군은 굴속에 숨어있는 일본군을 제거하기 위해 폭탄과 중화기를 사용했다. 오늘날 일본군이 은신했던 굴속을 들여다보면 원시적이긴 하지만 이들이 조직적으로 만들어놓은 창고, 무기고, 화장실, 부엌 등의 공간을 엿볼 수 있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이 섬의 여러 동굴 속에 은신했던 일본군 중 한 명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은신해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1950년대 후반 민가에 내려와 가축을 잡다가 마을주민의 신고로 경찰에게 잡혔다고 한다. 결국 그는 밧줄에 묶인 뒤 마을 사람들 앞에서 초라한 차림으로 행렬한 후 본국으로 이송 되었다고 한다.

 

 

일본군 탱크의 잔해
펠렐리우 투어는 섬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군 잔해를 방문하는 것이 목적이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오늘날에도 일본의 선도적인 기업 중 하나인 미쓰비시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군수산업에 참여하여 장갑차와 탱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펠레리우의 전투에 사용되었던 장갑차와 탱크, 대포 따위가 놓인 곳을 둘러보면서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펠렐리우 섬 북쪽에 자리한 전쟁박물관은 생생한 전쟁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박물관 내부는 미군 진영과 일본군 진영으로 나 뉘어 전쟁 당시 사용했던 총기류와 군인들의 유품, 역사적 자료 따위가 전시되어 있다. 벽면에 놓인 모니터에서는 2차 세계대전 시 처참한 전투를 벌이는 양국 간의 모습을 담은 흑백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팔라우의 아이.
팔라우 섬은 수상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해저의 신비를 담고 있는 섬으로 알려졌지만 여행자들이 많이 찾지 않는 바벨다오브 섬과 펠렐리우 섬을 통해 독특한 풍광과 가려진 역사적 상처를 잠시 둘러볼 수 있었다. 다시 팔라우를 방문하게 된다면 펠렐리우 섬에 며칠간 머물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만끽하며 한적한 휴식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 정보

항공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국제공항과 팔라우 코로르국제공항 사이를 매주 서너 차례 직항운항한다.

현지교통

바벨다오브 섬과 펠렐리우 섬은 일반적으로 투어를 통해 둘러본다. 하지만 바벨다오브의 경우, 국제공항에서 현지 렌터카를 빌려 둘러볼 수 있으며 펠렐리우는 코로르에서 운행하는 보트를 타고 찾아가 자전거나 도보, 히치하이킹으로 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현지숙소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 (Palau Pacific Reosrt) 자타가 공인하는 팔라우 최고의 숙박시설을 자랑한다. 해변이 그다지 많지 않은 팔라우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한다. 신혼 여행자에게 어울릴 법한 낭만적인 리조트로 가든뷰 룸, 오션뷰 룸, 스위트, 주니어 스위트 등의 객실과 워터방갈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6채의 빌라로 구성된 각각의 워터방갈로는 90㎡의 면적을 지닌 객실 내에 투명 유리를 통해 바닷속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프라이빗 데크에 아웃도어 풀이 놓여 있다.

엘릴라이 스파는 몇 개의 별채로 이루어져 있으며 손님은 바다가 보이는 별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매일 밤 뷔페를 통해 현지에서 갓 잡은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마다 전통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홈페이지 www.palauppr.com

블루 오션 뷰 호텔 (Blue Ocean View Hotel)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로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비롯해 스쿠버다이빙 투어, 록아일랜드 스노클링 투어 등을 알선해준다. 호텔 내 아웃도어 풀에서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아늑하고 포근한 객실은 깨끗하고 현대적이며 한국방송이 나오는 케이블 채널, 에어컨, 미니 냉장고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홈페이지 new-blueoceanviewhotel.com

현지 레스토랑

위 러브 팔라우 (We Love Palau)‘우미’라 불리던 일식당으로 찌개류, 고기류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비롯해 초밥, 생선회, 초밥롤, 데판야끼 등 일식 메뉴도 선보인다.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음식 맛이 일품이다.

전화 488 2620

스쿠버 다이빙

아이 러브 팔라우 다이브 센터 (I Love Palau Dive Center)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브 강습소로 한국인 강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다이브를 배우며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코스별로는 오픈워터 코스, 어드밴스 코스, 마스터 코스 등이 있다. 체험 다이브와 펀 다이브도 가능하다.

전화 775 2257, 홈페이지 facebook.com/ilovepalau

여행정보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의 경우 관광목적으로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다.

•팔라우의 통화는 미국 달러이다. 현재 1달러는 한화로 약 1125원이다.

•팔라우는 어느 때 방문해도 좋다. 일반적으로 가장 건조한 시기는 2~3월이며 가장 습한 시기는 6~8월이다. 성수기는 7~8월과 크리스마스 시즌, 1~2월이다.

김후영_여행작가 / emountain@emount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