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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뉴질랜드] 이끼융단 펼쳐진 신들의 정원으로 출발 !

거울속의 내모습 2016. 11. 20. 22:36

 

                            [박윤정의 웰컴 투 뉴질랜드] 이끼융단 펼쳐진 신들의 정원으로 출발 !

테아나우 호수를 가로지르는 페리를 타기 위해 트레커들이 선착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른 아침 창밖으로 쏟아지는 환한 햇살에 눈을 떴다. 거울 같은 와카티푸 호수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높게 솟은 산들을 배경으로 푸른 소나무들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호수는 신들의 정원인 듯하다.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며 남섬에서는 가장 큰 테아나우 호수를 이동하는 페리.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호수는 짙은 침엽수들의 색을 반사한 것인지 청록색으로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밀퍼드 트랙을 걷기 위해 챙겨둔 배낭을 메고, 나머지 짐들은 호텔에 맡겨둔 채 산책하듯 호수 주위를 걸어 퀸스타운 시내 중심지로 향한다.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지만, 이 길을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평화롭고 한가로움이 느껴진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거울 같은 호수를 가로지르던 페리가 속도를 줄이고 도착한 곳부터 밀포드 트레킹이 시작된다.

타박타박 20여분을 걸어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탔다. 밀퍼드 트랙으로 가기 위해서는 퀸스타운에서 버스로 3시간 떨어진, 또 다른 호수의 마을 테아나우로 가야 한다. 버스는 와카티푸 호수를 따라 나아간다.

퀸스타운을 품고 있는 와카티푸 호수는 해발 310m 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수심이 420m에 달해 해수면보다 호수바닥이 100m 아래까지 내려간다. 더구나 ‘N’자 형으로 굽어진 호수는 80㎞에 걸쳐 있다. 깊게 품어져 길게 흐르는 물은 주위의 산들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스키,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와 같은 각종 레포츠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면서 퀸스타운을 레포츠의 천국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와카티푸 호수를 벗어난 버스는 뉴질랜드의 평화로운 들판을 질주한다. 이제 막 여름을 벗고 가을을 준비하는 듯 넓게 펼쳐진 평야는 초록빛이 조금 바래 있다. 그 위로 간간이 보이는 하얀 양떼와 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뉴질랜드 목축업 특징인 자연상태의 방목이다. 양떼와 소떼는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생활한다. 울타리만 없다면 사실상 야생상태라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양들이 4000만마리에 이른다고 하는데 양모산업이 한창 번성할 때는 1억마리까지 육박했다고 한다. 사람보다 많은 양들이 방목되고 있었으니 양들의 천국인 셈이다.

들판 끝에 다다른 버스는 커다란 호숫가에 자리 잡은 작은마을 테아나우에 들어선다. 이곳에서 피오르랜드 국립공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피오르랜드 국립공원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크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다. 빙하가 만들어낸 14개의 사운드(해협)와 험준한 산, 그 위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폭포와 깊고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이 지역은 1990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뉴질랜드 개척자들조차 이 지역에 접근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아직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림이 태고의 자연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피오르랜드 국립공원 중앙은 높은 산맥이 가로지르고 있으며 그 서쪽으로 빙하에 깎인 피오르가 자리하고 있고, 동쪽으로 길이 65㎞에 이르는 테아나우 호수가 위치해 있다. 피오르 지형 중 가장 유명한 밀퍼드 사운드 지역이다. 밀퍼드 사운드 지역을 가기 위해서는 고지대에 위치한 좁은 도로를 따라 버스로 이동해야 하지만 테아나우 호수 끝에서 걸어서 산맥을 넘는 길이 바로 밀퍼드 사운드 트랙이다.
 
 
밀포드 트랙이 시작되는 곳에 세워진 이정표에서 트레커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테아나우에 도착한 후 간단한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작은 마을을 산책했다. 테아나우 호숫가에 위치한 인구 20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은 마을 전체가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인 듯 평화롭고 고즈넉한 모습이다. 낮은 건물과 집 사이로 깨끗하고 조용한 길이 테아나우 호수까지 이어져 있고, 곳곳에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다.
테아나우 호수를 가로지르는 페리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이동하는데 파란 몸통에 빨간 부리와 발을 가진 새 조형물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다. 타카헤라고 하는 새이다. 한때 멸종된 걸로 알려진 뜸부기류의 날지 못하는 타카헤는 이 호수 주변의 머치슨산맥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 지역이 출입이 금지될 만큼 보호를 받고 있는 새이다. 
 
 
페리에서 바라보는 호수 전경.

선착장에서 올라탄 페리는 깊이를 알 수 없이 짙푸른 테아나우 호수를 가로지른다. 테아나우는 마오리어로 ‘소용돌이치는 물 동굴’을 의미하는데 이 호수에 있는 석회암 동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테아나우 호수는 344㎢의 면적으로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며 남섬에서는 가장 큰 호수다.

페리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호수 위를 질주한다.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호수는 짙은 침엽수들의 색을 반사한 것인지 짙은 청록색으로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거울 같은 호수를 가로지르던 페리가 속도를 줄인다. 어느새 밀퍼드 트랙이 시작되는 선착장에 도착한 것이다. 첫날 여정은 호수에서 1.6㎞를 걸어 ‘글래이드 하우스’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선착장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방문자들을 소독한다. 파란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소독 물에 신발을 살짝 담그는 간단한 소독이지만 몸도 마음도 더 조심스러워지는 기분이다.
 
 
                  
밀포드 트레킹을 하기 위해 묵은 산장의 전경. 첫날 여정은 호수에서 1.6㎞를 걸어 산장 ‘글레이드 하우스’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첫 숙소인 글래이드 하우스에서 간단한 차를 대접받고 주변을 산책했다. 글래이드 하우스 주변으로 바닥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맑은 클린턴강이 흐른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수영을 하기도 한다지만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 탓에 물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는 않았다. 산장 주변은 이끼와 고사리들로 어우러져 작은 정글을 이루고 있었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대한 맛보기 성격이지만 오래된 고목들과 어우러진 푸른 이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글레이드 하우스 산장 주변은 이끼와 고사리들로 어우러져 작은 정글을 이루고 있다. 오래된 고목들과 어우러진 푸른 이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밀퍼드 트랙을 걷는 두 가지 방법 중 가이드 트레킹은 산장에서 식사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막상 맞이한 저녁식사는 일류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정찬이었다. 에피타이저와 디저트까지 포함된 식사에는 뉴질랜드의 풍부한 육류를 이용한 스테이크가 메인 요리로 제공되었다. 조금 사치스러운 기분을 뒤로하고 내일의 트레킹을 위해 남김없이 식사를 마치고 금세 어두워진 산장 밖으로 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로 남반구의 별들이 쏟아진다. 비가 많은 밀퍼드 트랙이지만 내일 날씨는 좋을 듯하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