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동이 잘린 곶자왈의 나무들은 여러 가지로 뻗어 자란다. |
◆용암바위 위에서 자란 나무숲
제주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어수선한 숲을 말한다. 용암이 굳은 땅에 피어난 나무, 풀들로 이뤄진 숲이다. |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덤불같이 어수선한 곳이란 의미다. 제주의 숲 곶자왈을 쉽게 떠올리려면 정글이나 원시림을 생각하면 된다. TV에서 본 아마존 등과 같은 곳의 풍경을 떠올리면 된다.
일반 숲과 차이는 바로 땅에 있다. 용암이 굳은 땅에 피어난 나무, 풀들로 이뤄진 숲이다. 등산할 때 바위에 뿌리내린 나무 한 그루만 봐도 그 생명력에 감탄한다. 곶자왈의 식물 대부분은 바위, 돌이 전부인 양 그곳에 뿌리를 내린 채 질기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햇볕이 쨍쨍한 날이었음에도 제주 서귀포 제주곶자왈도립공원에 들어서자 불과 몇 걸음 안 돼 주위가 어둑해진다. 종가시나무와 팽나무, 예덕나무 등이 울창하게 줄기를 뻗고 있다. 거기에 덩굴 식물들이 내려뜨리고 있는 줄기들이 나무에 걸쳐 있다. 그 아래엔 초록 이끼들이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나무와 이끼 낀 바위 사이사이엔 콩짜개덩굴이 점점이 박혀 있고, 고사리들은 손가락을 확 펼치고 있다. 원시림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원시림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용암지대였기에 가능했다. 비가 와도 물이 바로 빠져 경작할 수 없다 보니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았다. 하지만 물이 빠지더라도 바위와 돌 틈 사이엔 물이 있다. 이 물을 빨아들여 식물들은 생명을 유지한다.
숲을 걸으며 만나는 이곳의 나무들은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한 뿌리에서 나온 나무 줄기가 한두 개가 아니다. 많은 것은 10여개 줄기가 땅에서 솟아났다.
곶자왈에는 제주 사투리로 ‘빌레’로 불리는 평평한 대지도 있다. 돌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용암지대와 달리 바닥이 평평한 곳이다. |
도립공원 입구에서 시작하는 테우리길을 20∼30분가량 걸으면 전망대를 만난다. 전망대 주변에선 또 다른 용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제주 사투리로 ‘빌레’로 불리는 평평한 대지다. 돌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용암지대와 다른 바닥이 평평한 곳이다.
마을 주민 공동체사업으로 운영하는 감귤창고 카페. |
◆곶자왈의 어미 오름
곶자왈이 생긴 것은 화산 폭발 등에 따른 용암 분출 때문이다. 곶자왈을 낳은 어미와 같은 곳이 바로 오름이다. 화산폭발로 생긴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들이 굳어 땅을 만들고 그 위에서 생긴 것이 곶자왈이다.
제주엔 약 370개의 오름이 있다. 잘 알려진 성산일출봉부터 다른 오름들이 잘 보이는 오름, 제주 바다가 잘 보이는 오름 등 자신만의 매력을 제각각 갖고 있다.
많은 오름 중 제주 세화리에 있는 다랑쉬 오름은 산세가 가지런하고 균형이 잡혀 있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린다. 해발 382m로 주위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다. 다랑쉬란 이름도 높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오름을 오르다 보면 바로 앞의 아끈다랑쉬오름과 함께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이어진 경관이 펼쳐진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다. 작은 다랑쉬 오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제주 다랑쉬 오름의 분화구는 둘레 1.5㎞, 깊이 115m로 깊이가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하다. |
정상에 이르면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패어 있고 바닥에 풀이 무성한 분화구를 만난다. 오름의 분화구는 둘레 1.5㎞, 깊이 115m로 깊이가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하다.
제주 다랑쉬 오름은 산세가 가지런하고 균형이 잡혀 있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린다. 해발 382m로 주위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다. |
다랑쉬오름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엔 다랑쉬 굴이 있다. 제주 4·3사건 당시 토벌대를 피해 다랑쉬오름 주변 토굴에 숨어 살던 9살 여아부터 51살 부녀자까지 주민 11명이 토벌대에 발각돼 몰살당한 곳이다. 토벌대는 굴 양쪽 입구에 불을 지펴 주민들을 모두 질식사시켰다. 그 후 40여년이 지난 1992년 유해가 발견됐고, 이는 4·3의 비극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금 현장을 찾아도 굴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입구가 돌로 막혀 있고, 그 돌마저도 풀 숲에 가려져 ‘다랑쉬굴’ 푯말이 없으면 위치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제주 시내의 오름 사라봉에서 북쪽으로 바닷가가, 남쪽으로 한라산, 발 아래에는 제주시의 시가지가 펼쳐진다. 밤에 제주 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
제주 시내에서 오름을 가고 싶다면 사라봉을 찾아도 좋다. 오름에 오르면 북쪽으로 바닷가가, 남쪽으로 한라산, 발 아래에는 제주시의 시가지가 펼쳐진다. 특히 밤에 제주 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사 진 ♡ > 국내여행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바람 쐬러 가자' 개천절 연휴 가볼 만한 5곳 (0) | 2016.09.26 |
---|---|
댓잎 버석이는 초가을 여행 담양·순창 어떠세요 (0) | 2016.09.25 |
[추천길]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며 완연한 가을 누려볼까 (0) | 2016.09.21 |
9월 걷기 좋은길..옛 명사들의 숨결 느끼며 걷다보니 어느새 황금빛 물든 가을이 성큼! (0) | 2016.09.12 |
[전철로 가는 근교 산] KTX 광명역 – 구름산(240m) (0) | 2016.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