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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송평인 칼럼]애국과 매국이 갈리는 뜨거운 여름 .&2.[이종훈의 오늘과 내일]메르켈리즘과 ‘세계 국민차’의 추락

거울속의 내모습 2016. 8. 10. 20:44


더불어 초선의원들의 訪中  
외세로 사드 배치 뒤집겠다는 ★김자점 류의 더러운 事大
공화국에 대한 매국행위… 공화국 지탱하는 힘은 애국심
“내 뒷마당도 좋다” 설득하려면 오직 애국심만으로 가능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작은 나라는 사대(事大)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사대를 현대적 용어로 큰 나라와의 동맹으로 정의한다면 작은 나라의 존립은 예나 지금이나 ‘자주국방’보다는 큰 나라와의 동맹에 의해 결정된다.

사대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지만 나쁜 사대가 있다. 조선시대 인조반정의 주역으로 권세를 누렸던 김자점이란 자가 있다. 친청(親淸)파인 그는 효종이 즉위 후 송시열을 중용해 북벌(北伐)을 추진하자 좌천됐다. 그러자 그와 아들 김식은 효종과 송시열이 북벌을 추진한다고 청에 밀고했다. 청을 움직여 조선 조정에 압력을 가하려 한 김자점 부자의 행태야말로 더러운 사대라고 할 수 있다.

북벌론은 실제 북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내적으로 청에 대한 복수(復讐) 의식을 보존하면서 자강(自强)을 모색하는 슬로건으로 보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다. 어찌 됐건 북벌론을 둘러싼 싸움은 조선 땅에서 조선인끼리 해야 할 것이었다. 북벌론이 또 다른 호란을 불러오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했다면 최소한 청에 고자질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에서 권세를 누릴 대로 누린 김자점 부자가 자기 살겠다고 한 짓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중국을 방문했다. 지금 중국에서 관변 학자의 뻔한 얘기를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납득했을지 모르겠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와 자매지들이 일제히 사드 배치를 극렬히 비판하는 가운데 관영 매체인 환추시보는 더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방중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 그것도 이용해 먹기만 했을 뿐이다. 의원들에 대한 접대 수준은 급을 못 맞춘 사신을 대하는 하대(下待)에 가까웠다. 겨우 초선이냐, 오려면 문재인 전 대표라도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더민주당은 비겁하게도 사드 배치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정당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중한 의원들은 중국에 갈 게 아니라 당을 움직여 사드 배치 반대 당론부터 정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여론을 얻기 위해 싸워도 싸워야 한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결정은 우리가 한다. 중국의 힘을 이용해 우리 정부에 압박을 가하려는 태도는 김자점 부자의 행태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더러운 사대가 어디 김자점뿐이었겠는가. 인조 때 이괄과 함께 난을 일으켰던 한명련의 아들 한윤은 난이 실패한 후 후금(청의 전신)으로 피신해 광해군의 밀명으로 후금에 투항한 강홍립에게 “강씨 일족이 다 죽임을 당했다”고 무고하고 누르하치에게는 “민심이 인조를 떠나고 있다”며 조선 침략을 부추겼다. 한윤의 무고와 선동은 정묘호란의 원인이 됐고 기구한 운명의 강홍립은 오랑캐의 앞장을 서야 했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조선이야 한 사람이 곧 나라인 왕조국가였다. 임금 눈 밖에 나면 목숨도 부지하기 힘드니까 자기들 살겠다고 그랬다고 치자. 대한민국은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다. 더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행태는 임금에 대한 배신행위도 아니고 종묘사직에 대한 배신행위도 아니고 국민 모두에 대한 배신행위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군주정은 명예, 독재정은 공포, 공화정은 덕성을 기초로 유지된다고 했다. 공화국의 덕성은 공화국에 대한 사랑, 애국심이다. 군주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통치하고 독재자는 공포를 이용해 통치하지 국민의 애국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화국은 애국심 없이 유지될 수 없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메달을 땄다고 기뻐하고 박수 치는 것은 값싼 애국이다. 그러나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황금 같은 청춘 2년을 보내는 것은 비싼 애국이다. 성주 주민만이 아니라 돈 없고 백 없는 국민 대부분은 다 이런 애국을 해봤으니까 이해할 것이다.

한반도 어딘가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면 그 사드는 자기 집 뒷마당에도 배치될 수 있다고 각오해야 애국이다. 하필 성주로 결정돼 선조부터 살아온 고향 땅을 내놓아야 하는 성주 주민을 무엇으로 설득할 수 있겠는가. 돈을 퍼준다고 될까. 오직 애국심밖에 없다. 성주 주민이 그런 애국심을 보여준다면 공화국 대한민국은 아직도 희망이 있는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이종훈의 오늘과 내일]메르켈리즘과 ‘세계 국민차’의 추락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며칠 앞두고 독일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나를 포함한 한국 특파원 몇 명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났다. 당시 국제사회의 큰 이슈였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양적완화 조치와 경상규모 흑자 제한 제안에 대해 물었다. 메르켈 총리는 “양적완화에 반대한다. 싼값에 좋은 물건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상품의 경쟁력이나 올리라는 일침이었다. 값싸고 좋은 물건의 힘. 메르켈의 자신감이 부럽기도, 무섭기도 했다.

전후 최강의 독일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은 모성애적인 소통 방식에 탁월한 소질을 보여 ‘무티(엄마)’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공산 정권에서 ‘권력은 공포’라는 정치의 본질을 체감하며 성장했다. 그런 정치를 하기 위해 자녀까지 안 가진 여자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메르켈 총리 취재차 독일에 갔다가 만난 언론인 A 씨는 “무티는 메르켈의 반쪽에 불과하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킬러나 독거미로 부른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정적은 절대 용서하지 않으며 무능력한 참모는 해내기 어려운 일을 줘 스스로 고사하게 하는 잔인한 면모를 갖고 있다고 했다.

메르켈은 전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달랐다. 아침 일찍 총리 집무실에 가보면 빈 포도주병 대신 서류를 완벽하게 검토하고 업무 지시를 내리는 총리만 있을 뿐이었다. 정상들이 종종 밤을 새우는 유럽연합(EU) 서밋에서 메르켈은 회담 말미까지 변함없이 꼿꼿한 자세로 버티는 독종이다. 끈기와 집요함에서 다른 정상들은 적수가 못 됐다.

‘국민차’라는 뜻의 폴크스바겐은 1937년 히틀러의 명령으로 설립됐다. 폴크스바겐이 지향한 건 효용성과 안정성이다.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아우디 같은 최고급 브랜드를 거느린 폴크스바겐은 2010년대 들어 도요타를 무너뜨리고 글로벌 1위에 오를 비법을 고민했다. 디젤 엔진에 강한 이 회사는 경유 승용차의 난공불락 고지 같은 미국 시장을 뚫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이 선택한 방법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었다. 우리에겐 어땠나. 배출가스와 소음 성적증명서 조작에 대해 “어차피 (유럽과 같은) 한국 기준을 만족할 것이었다”고 말했다. 시간과 돈의 가치 앞에서 독일의 완벽주의는 헌신짝처럼 내버려졌다. 

강력한 국가 건설을 명분으로 독재와 전쟁, 학살을 합리화했던 독일의 2차 세계대전은 탐욕이 이성과 도덕으로 통제받지 않으면, 시스템과 매뉴얼이 합리화된 수단으로 악용되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보여줬다. 폴크스바겐 사태에는 마키아벨리즘의 어두운 잔영(殘影)이 어른거린다. 가장 독일적인, 독일의 대표 기업이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수단의 정당성을 무시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국가적, 집단적으로 거대한 목표가 세워지고 성찰이 없을 때 도덕과 가치는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폴크스바겐은 70여 년 만에 다시 가르쳐줬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너무 빠르게 진행된 ‘유럽의 독일화’가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중요한 배경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두 차례 세계대전과 통일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로 후유증을 극복하고 통합 유럽을 주도하기에 이른 독일이 두렵고 불편했다는 얘기다.  

독일은 우리의 아픈 상처부터 숨 가쁜 성장, 꿈꾸는 미래까지 모두를 품어낸 나라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전부터 독일처럼 되고 싶어 했다. 항상 목표를 말했고 1등을 원했다. 우리는 독일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임하는지, 또 폴크스바겐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잘 지켜봐야 한다. 독일처럼 되고 싶은 우리의 바람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책사회부장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