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곳곳의 만년설과 온천수가 흐르는 개울 사이 습지에 다양한 색깔의 텐트와 캠핑카가 자리잡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사계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구촌의 몇 안 되는 여행지이다.
유럽 대륙을 횡단하는 비행기는 어느덧 북해의 차가운 바다 위를 날아간다. 창문 너머 드넓은 평원 위에 하얀 눈과 얼음을 밀어내고 곳곳에 초록 대지를 드러낸 여름의 아이슬란드가 시야에 들어왔다. 비행기가 케블라비크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려앉은 후 항공기 문을 나서면서 용암으로 데워지고 얼음으로 식혀진 아이슬란드 공기를 큰 숨으로 들이마셔 본다. 오래 꿈꾸던 아이슬란드와의 첫 만남이다.
케블라비크공항은 한 나라의 관문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아담하다. 오히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바이킹의 후예답게 큰 덩치에 눈부신 금발머리가 아이슬란드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사이를 젖살 통통한 아이들이 사파이어 눈빛으로 낯선 동양의 여행객을 호기심 가득하게 바라본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아이들의 사파이어 눈빛은 아이슬란드의 푸른 빙하색과 많이 닮았다. 얼굴에 와 부딪히는 바람이 따스하고 주민들의 옷차림도 가볍다. 1년 내내 얼음으로 뒤덮인 나라라는 선입견 탓에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내 모습이 순간 민망해졌다. 아이슬란드 기후는 멕시코 만류와 지열의 영향으로 같은 위도의 다른 나라보다 따뜻한 편이다. 7월의 평균기온은 섭씨 11도로 한국의 봄 날씨와 비슷하다. 물론 가벼운 차림만으로는 아이슬란드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응하기 어렵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고 우비와 외투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외투를 벗어 트렁크 위에 얹고 예약한 렌터카업체 직원을 따라 공항을 빠져나왔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 위해선 렌터카가 제격이다. 이동도 편리하지만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등 변덕스런 날씨에 대응하기에도 좋다. 렌터카 사무실이 공항에 있으면 바로 차량을 인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직원이 공항으로 마중 나온다.
렌터카 사무실 앞에는 만년설을 닮은 새하얀 사륜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거친 자연을 보름 동안 나와 함께 헤치고 다닐 동반자다. 건네받은 키로 시동을 거니 엔진이 힘찬 기운을 뿜어낸다. 기분 좋은 느낌을 살려 예약한 숙소가 있는 볼스발루로 향했다. 링 로드(Ring Road)에 오른 것이다. 바닷가를 따라 주요 도시들이 발달해 있는 아이슬란드는 1300㎞에 걸쳐 도시를 연결하는 고리 모양의 일주도로에 링 로드란 이름을 붙였다.
아이슬란드 섬 둘레 1300㎞를 이어놓은 일주도로 링 로드. 링 로드를 따라 크고 작은 도시들이 쭉 들어서 있다.
수도 레이캬비크를 지나 남쪽으로 이어진 링 로드를 달렸다. 길은 한산하다. 서두를 이유도 없다. 멀리 하얀 눈을 머리에 잔뜩 인 채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산맥과 여름의 기운을 맘껏 뽐내는 푸른 초원, 에메랄드빛 하늘에 마음을 뺏기며 산책하듯 운전하다 보면 도시에서의 지친 마음이 한순간 가벼워진다. 공항에서 한 시간가량 달리면 아름다운 욀푸사우강과 그 강을 끼고 그림처럼 펼쳐진 강변도시 셀포스에 이른다. 이 도시를 지나쳐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자 이러구러 볼스발루에 도착했다.
인상 좋은 중년부부가 동양에서 온 손님을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1층은 주인이 살고, 2층은 여행객을 위해 세를 내어 주는 곳이다. 짐을 풀자마자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은 험하니 조심하라”는 부부의 걱정을 뒤로하고 하이랜드를 향해 다시 차에 올랐다.
하이랜드는 아이슬란드의 동북쪽 내륙에 위치한 해발 600∼700m 고원지대. 사륜차가 아니면 진입하기 어려운 험지이다. 더구나 겨울에는 도로를 아예 폐쇄하기 때문에 6∼9월 여름철이 아니면 구경할 수 없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란드만나뢰이가(Landmannalaugar)는 사람과 땅의 온천수를 의미하는 이름처럼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 용암, 그리고 파랗고 투명한 호수를 끼고 있는 거대한 지열지대다. 나의 첫 목적지다.
호수 옆 드넓게 펼쳐진 습지에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산악지대로 들어서자 날씨가 순식간에 바뀐다. 비를 머금은 바람이 차량을 사정없이 흔들며 시야를 뒤덮는다. 집주인 걱정대로 척박한 도로 환경과 궂은 날씨가 더해지면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외떨어져 있는 느낌마저 든다. 마치 낯선 여행객에게 “여기가 아이슬란드야!”라고 격하게 반겨주는 것 같다.
눈 덮인 산악도로 좁은 길과 그 옆 넓은 들판. 검은 구름이 곧 다가올 듯하다.
눈 덮인 산악도로 좁은 길과 그 옆 넓은 들판. 검은 구름이 곧 다가올 듯하다.
그래도 창문 밖으로는 광활한 용암지대, 기암괴석들이 만들어내는 신비하고 초현실적인 풍경이 가득하다. 멀지 않은 곳에 활화산 헤클라가 보인다. 2000년 분출한 바 있는 헤클라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위협적인 화산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화산이 란드만나뢰이가의 온천을 비롯한 환상적인 자연을 만들었다.
눈 덮인 산 아래 초록지대 위에 뛰노는 양떼. 온천수와 쌓인 눈으로 목을 축인다.
눈 덮인 산 아래 초록지대 위에 뛰노는 양떼. 온천수와 쌓인 눈으로 목을 축인다.
강 자락에 피어난 노란 꽃송이가 빗물을 머금고 있다.
변덕스런 날씨를 헤치며 란드만나뢰이가에 도착하니 다양한 색상의 텐트들과 여행객 숙소 란드만나뢰이가 헛(Landmannalaugar hut)이 맞이한다. 길게 늘어선 숙소들을 따라 널빤지 길을 걸으니 드디어 고대하던 노천온천이 나타난다. 초목이 우거진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온천수가 모여 노천 온천 수영장을 만들었다.
산 곳곳의 만년설과 온천수가 흐르는 개울 사이 습지에 다양한 색깔의 텐트들이 세워져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사계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구촌의 몇 안 되는 여행지다.
산 곳곳의 만년설과 온천수가 흐르는 개울 사이 습지에 다양한 색깔의 텐트들이 세워져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사계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구촌의 몇 안 되는 여행지다.
산 곳곳의 만년설과 온천수가 흐르는 개울 사이 습지에 다양한 색깔의 텐트들이 세워져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사계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구촌의 몇 안 되는 여행지다.
산 곳곳의 만년설과 온천수가 흐르는 개울 사이 습지에 다양한 색깔의 텐트들이 세워져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사계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구촌의 몇 안 되는 여행지다.
산 곳곳의 만년설과 온천수가 흐르는 개울 사이 습지에 다양한 색깔의 텐트들이 세워져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사계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구촌의 몇 안 되는 여행지다.
산장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온천 풀에 한 발을 슬쩍 내디뎌 본다. 온천수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조금씩 풀 안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가까이 갈수록 물은 더 뜨거워진다. 여름이지만 다소 쌀쌀한 산악지대에서 야외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기분은 아이슬란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다.
양떼들이 아이슬란드 국기가 세워진 풀밭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란드만나뢰이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소르스뫼르크에 이르는 4일짜리 하이킹 코스다. 자연보호구역인 트래킹 코스는 빙하와 강으로 이뤄진 계곡을 따라 소르스뫼르크 산에 오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