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의 작은 제주' 금오도를 가다
오마이뉴스 오문수 입력 2015.09.03 18:01 수정 2015.09.04 13:43
[오마이뉴스 오문수 기자]
▲ 영화 <혈의 누> 촬영지 모습으로 옛스런 돌담과 지붕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금오도는 아름다운 경치와 옛멋을 간직한 섬으로 5편의 영화를 촬영한 곳이다. |
ⓒ 오문수 |
배낭을 멘 사람, 정장을 하고 가방을 멘 사람,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 여수에서 시장을 보고 섬으로 돌아오는 할머니, 낚시가방을 멘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뱃전에 앉아 담소를 즐기거나 의자에 앉아 목적지인 여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옛날과 달라진 풍경이라면 너도나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는 것.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쓰고 정보 기관원들이 색안경을 착용하면서부터 좋지 않은 이미지를 풍겼지만 이제는 만성이 됐나보다. 나도 내 도수에 맞는 선글라스를 장만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념에 젖어 있는데 "여천항에 도착했으니 일어나라"는 소리가 들린다.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는 금오도, '진상' 관광객들 반성해야
여천항에서 금오도 소재지 우학리까지는 약 8㎞ 거리다. 시간이 있어 걸을까? 하다가 마을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30분쯤 기다리면 온다는 마을버스가 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어 매표소에 앉아 차를 기다리며 직원 한 분과 대화를 나눴다.
"한여름 관광철이 지나 손님이 많이 줄었죠?"
"아! 예! 조금 줄었지만 주말이 되면 여전해요. 비렁길이 유명해지면서부터 전국에서 옵니다"
"좋겠네요. 소득도 늘고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그런데 진상손님도 있죠?"
"진상 손님이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나 돈 많은 사장이란 사람들이 가끔 못된 짓을 하죠. 자기들이 잘못해놓고 대뜸 큰소리를 치는 거에요. 관광버스로 온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는 길가에 버리고 가거나 농작물을 뽑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 왕실에서 관리하던 금오도에 대한 금족령이 풀리자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았다는 두포마을에서 지인들이 카트를 타고 있다. 주인인 강길원씨 설명에 의하면 노인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영화촬영지 굴등까지 가려면 힘들어 중고 카트를 구입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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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이 알려지기 전인 10년 전만해도 땅값이 평당 7000,8000원 정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열배 스무배 뛰었고 살려고 해도 내놓은 땅이 없어요"
슬로우 아일랜드 금오도,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관리하던 섬
자전거를 타고 매연도 없는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고, 때로는 배낭을 메고 아기자기한 등산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금오도는 유인도와 무인도를 합쳐 3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군락을 이루는 아름다운 섬이다.
조선시대에는 숲이 울창하고 사슴이 떼 지어 살아 사람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던 곳. 특히 임금님의 관을 짜는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해 왕실에서 직접 관리하던 금오도는 1885년 봉산 해제와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시작했다.
지인이 기자를 초대한 장소는 금오도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두포마을이다. 펜션에 도착하니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수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막걸리를 제조한다는 참석자가 마을의 내력을 소개했다.
▲ 금오열도발전연구회장 강길원씨와 부인 장미례씨. 고등학생 시절 연탄가스에 중독돼 6일만에 살아났다는 강길원씨는 저승사자가 함께 가자는 걸 뿌리쳤다고 했다. 그 후로 30년간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강길원씨는 전라남도 전문의용소방대 부대장(전)을 맡았고, 현재 행정자치부 소속 안전모니터봉사단 여수지회장을 맡고 있다. 부인 장미례씨는 제5회 대한민국 종합예술 경연대회 판소리 와 합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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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잘됐지만 걱정이 하나 있다고 한다. 첩첩산중이라 사슴·고라니뿐만 아니라 멧돼지가 농작물을 망치고 있다고 한다. 화태리에는 암에 좋다는 황칠나무 자생지가 있고 진시황이 불로장생약을 구하기 위해 파견한 사신이 써놓은 글귀가 있다는 얘기도 해줬다.
금오도를 살기 좋은 섬으로 만들기 위한 자발적 모임 금오열도 발전연구회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 지역에서 나름대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전직 공무원, 전직 시의원, 어촌계장, 전직 이장 등이다. '명품섬 금오열도 남해안의 작은 제주 구현을 위한 금오열도발전연구회'란 플래카드를 건 이들이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 금오열도발전연구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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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식물인 방풍
금오도 곳곳에 널려있는 방풍은 바람을 막아주는 효능이 있는 풀이라 하여 막을 방(防)과 바람 풍(風)이라는 이름이 전해 내려온다. 따라서 방풍은 중풍, 감기, 두통, 해열, 신경통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
▲ 금오도 곳곳에 널려있는 방풍은 감기, 중풍, 두통, 해열, 신경통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 주민들은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3년마다 씨를 받아 뿌린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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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풍을 이용한 상품들로 방풍차와 비누 티백 등 여러가지 제품을 연구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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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 큰 감동 준 이기풍 목사가 신사참배 반대운동하다 순교한 우학리교회
▲ 109년의 역사를 가진 우학리교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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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의 큰 별 이기품 목사 가족 사진, 한국 최초 목사 7인 중 한명이었다. 70고령의 나이에도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앞장서다 투옥돼 출감했으나 우학리교회에서 순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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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발걸음은 자연에 때를 묻히는가? 맑은 물살과 공기를 호젓한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며 옛 정취와 소박했던 섬마을의 인심도 사라져 가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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