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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짜이 한 잔] 좋은 사람들..멋있는 경치..맛있는 음식..

거울속의 내모습 2015. 8. 25. 19:50
인도 디우는 두 달을 있어도 전혀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다. 똑같은 일상을 보내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는 곳이 바로 ‘디우’다. 싱싱한 해산물을 싼값에 먹을 수 있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치, 그리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음식까지 있다면 그곳은 지루할 틈이 없다. 디우에서 얻은 지도 한 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곳까지 보인다. 새공원이 쓰여 있어서 가 본 곳에는 어김없이 멋진 풍경에 수없이 날아드는 새들을 보여줬다. 물놀이공원 같은 곳은 지나가다 우연히 간판을 봐서 들어갔다. 나름 잘 갖춰진 물놀이공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곳을 찾았다. 물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3층 높이까지 올라가면 그때 물을 틀어준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라서 사람이 있으면 물을 틀어준다고 했다. 수영장도 있고,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어서 놀기 좋다. 사람이 없어서 마치 전세를 내고 혼자 노는 기분이 든다.
 

인도 아이들은 눈이 특히 예쁘다.

디우에서 일정을 하루라도 더 보내고 싶고, 또다시 이곳을 오기 위한 버스를 타지 않으려면 국내선 비행기를 타면 된다. 뭄바이나 델리까지 국내선을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격과 비슷하게 예약해주는 곳이 여행사다. 날짜만 잘 맞춰서 미리 예약하면 저렴하게 그리고 한 번에 다른 도시까지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미리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고 정들었던 디우를 차근차근 둘러보게 됐다. 

샤리는 인도 의상으로 지역에 따라 다른 형태를 지닌다.

아침에 열리는 채소 시장에서는 제법 물건을 고를 줄 알게 됐다. 특히 디우에는 옥수수가 달고 맛있다. 바닷가 공원에서는 한낮을 즐겨도 아깝지 않다. 가끔 지나가는 염소와 양에게 옥수수를 나눠주면 까마귀까지 몰려든다. 저녁에는 노을을 보기 위해 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큰 리조트 앞 바닷가에서 보는 노을도 좋고, 태양 더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는 바닷가도 좋다. 

디우 해변에서는 인도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한 군데는 마을 전경이 보이는 집 지붕에 올라가서 보는 노을이다. 그 집은 여행자 숙소로 쓰는 곳인데, 묵지도 않는 여행자에게도 친절하다. 또 그곳을 찾았더니, 밤에 바비큐 파티가 있다면서 초대를 해줬다. 작은 화덕에 생선이 구워지고, 다른 요리가 테이블을 채웠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여행자고, 각자 나라도 다르다. 나같이 이곳 숙박객이 아닌 사람들도 많았다. 서로 어색해하던 사람들도 음식을 같이 먹으면 이야기가 오가게 되고, 웃음소리가 퍼지게 된다. 밥이 하나 가득 있는 솥뚜껑을 열었을 때, 진하게 올라오는 고수 풀 향에 놀라서 다시 닫았다. 다른 요리는 다 맛있게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도에 쓰여 있는 작은 글씨, 새공원을 찾아갔더니 다양한 새들이 있었다.

인도 현지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선물가게도 몇 군데 있다. 외국 여행자들은 사지 않을 물건들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었다.

내가 그곳을 가게 된 이유는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사람을 위해서 선물을 고르는 일은 본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생각해야 하고, 받았을 때 기뻐할 모습까지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낮에는 정확히 시에스타를 즐기는 디우에서 문 닫힌 가게는 기다려야해서 더 오래 걸렸다. 

전망대로 이용했던 곳은 숙소다.

여행지에서 사 가는 열쇠고리 선물 따위가 아니라, 애인에게 줄 기념일 선물을 고르듯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었다. 친해진 자헤시에게는 힌두교 관련된 선물을, 그의 조카에게는 마루 인형을 골랐다.

어렸을 때, 마루 인형 세트를 받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 진열된 마루 인형 세트를 매일 보고 다녔던 기억이 있어서 골랐다. 집을 빌려주신 분에게도 선물을 샀다.

포장까지 꼼꼼하게 하니, 그럴듯한 선물이 됐다. 조카들은 처음 받아 본 마루 인형을 보자마자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했다. 모두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선물은 하는 사람이 더 기분 좋아진다. 

전망대 숙소에서 즐겼던 저녁 파티는 소박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림이 있었다.

여행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남아 있는 사람에게 빈자리를 주지 않으려면 적당한 거리와 시간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 시공간이 넘어서 버리면 떠날 때, 힘들어진다. 공항까지 배웅을 나온 자헤시는 결국 눈물을 보였고,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인도 공항에는 비행기표가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디우공항은 국내 공항으로 규모도 작고, 담벼락에 철망이 있는 문에서부터 표 검사를 한다. 디우에서는 무조건 델리로 가게 되어 있다. 뭄바이를 가려면 델리를 거쳐서 가는데, 그때는 갈아타는 건 아니다. 

단순히 해산물이 싸다는 이유로 디우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에 가만히 있으면 다시 뭄바이로 향한다. 델리에서 내려서 다음 행선지, 매클라우드간지(식민 시대 펀자브 부총독 도널드 매클라우드에서 유래)로 향했다. 다람살라의 교외 지역이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고, 달라이 라마께서 머무는 곳이다. 산중에 있는 곳이어서 가는 길은 험해도 그곳에 도착하면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밤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다. 음식도 입맛에 잘 맞는 이유는 티베트 요리가 많기 때문이다. 얼큰한 국물요리까지 커리로는 채우지 못했던 미식을 되찾는 기분이다. 새로운 여행지를 가면 그 전에 있었던 곳에 대한 기억은 또 추억으로 남는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