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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기욤 패트리와 겨울 퀘벡 여행

거울속의 내모습 2015. 6. 6. 00:52

수은주가 내려가고 바람이 혹독할수록 눈은 맑고 얼음은 빛난다. 겨울 한복판, 수십만 명의 여행자들이 퀘벡으로 몰려드는 이유. 퀘벡 시티 출신의 방송인 기욤 패트리와 차갑고 황홀한 퀘벡의 겨울을 만나고 왔다.

↑ 기욤 패트리

라쿤 털로 포인트를 준 캐주얼한 야상. 웨스트우드 그래픽 디테일이 특징인 니트 집업. 엠리밋 장갑과 팬츠는 모두 본인 소장품.

↑ 퀘벡 도시

↑ 퀘벡

퀘벡 사람들에겐 춥다고 집 안에 콕 박혀서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살인적인 맹추위보다 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이 도시 사람들은 어차피 지독히 춥고 긴 겨울, 추워야만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 관광마차

관광 마차 칼레슈를 타고 400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구시가지를 산책해보자..

↑ 더 퍼저리 부티크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하는 건 핫초코다. 더 퍼저리 부티크의 핫초코가 가장 인기 있다..



↑ 퀘백시티 성곽

퀘벡 시티는 성곽으로 둘러싸인 요새 도시다. 성문을 통과하면 역사보호지구로 선정된 구시가지에 입성한다.



↑ 오텔 드 팔라스

아이스 호텔 '오텔 드 팔라스'의 전경 <겨울 왕국>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듯 아름답다.



↑ 스쿨버스

개썰매를 타기 위해선 깊은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스쿨버스를 타고 썰매개를 만나러 가는 길.



↑ 이미지 설명을 넣어주세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소년들.

↑ 이미지 설명을 넣어주세요

퀘벡 시티 여행의 출발점, 다름 광장.

↑ 생 장 거리에서 즐기는 커피

늦은 오후, 생 장 거리에서 커피 브레이크를 즐기는 할머니와 손자.

↑ 북유럽식 로지

교외로 나가면 전나무와 북유럽식 로지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장면을 만날 수 있다.

↑ 기욤과 퀘백여행

겨울

,

퀘벡에

가야 하는 이유

수은주가 영하 33도를 기록한 날, 퀘벡 시티Quebec City의 거리는 분주했다. 눈발이 시야를 가릴 만큼 거센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달리기를 했다. 걷는 것조차 서툰아이는 아빠가 끌어주는 썰매에 올라 동네를 배회하고, 그 옆, 엄마로 추정되는 여인은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아이의 뺨에 차가운 눈을 맞추며 즐거워한다. 보통 그런 날씨엔 갓난쟁이를 데리고 외출을 안 할뿐더러, 하더라도 꽁꽁 싸매고 나올 텐데. 머리에 눈이 5센티미터는 쌓였는데 무심히 걷는 남자, 야외 빙상장에서 하키 게임을 즐기는 소년 떼거리…. 그날 숙소로 돌아와서 틀어놓은 뉴스의 기상 캐스터는 "오늘 체감 온도는 영하 45도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퀘벡 사람들에겐 춥다고 집 안에 콕 박혀서우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살인적인 맹추위보다 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이 도시 사람들은 어차피 지독히 춥고 긴 겨울, 추워야만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찾기시작했다.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설피 신고 산책, 토보간toboggan(썰매의 일종), 개썰매,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좀 더 모험심이 뻗친 이들은 몽모랑시 폭포 공원 Parcde Chute Monmorency에서 빙벽을 타거나 꽁꽁 언 세인트로렌스 강Saint Laurence R.에서 얼음을 깨며 카약을 탔다. "카약이 뒤집어지면 얼음이 둥둥 뜬 깊고 찬 강에그냥 빠지는 거예요. 배 위에 재빨리 올라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죠." 테라스 뒤프랭Terrasse-Dufferin에서 세인트로렌스 강을 응시하고 있는 내게 가이드가 귀띔했다. 케베콰Quebecois들의 겨울 놀이는 '윈터 카니발Winter Carnival'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삿포로 눈 축제, 하얼빈 빙설제와 함께 세계 3대 겨울 축제로 알려진 윈터 카니발은 1894년 '마르디 그라스 카니발Mardi Gras Carnival'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역사 깊은 축제다. 퀘벡이 프랑스 아래 있던 시절, 사순절을 기념해 먹고 마시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던 문화가 시초. 1955년부터 연례 축제로 자리 잡아 올해 61회째를 맞이했다. 축제장에선 얼음과 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만난다. 어른들은 눈으로 목욕(snow bath)을 한 후 얼음으로 만든 잔에 보드카나 와인을 마신다. 아이들이 얼음 미끄럼틀에 엉덩이를 맡기거나 얼음 장벽으로 된 미로를 헤매는 풍경, 9000톤의 눈과 얼음으로 만든 얼음 궁전의 위용을 보기 위해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이 도시를 찾는다. 지난해엔 무려 75만 명의 관광객이 축제를 방문했다. 관광이 주요 산업인 퀘벡 시티에서 1년 전체관광객의 35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는 1월 30일부터 2월 15일까지, 그러니까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한창 열리고 있다.

↑ 퀘백시티

↑ 퀘백시티

↑ 기욤과 퀘백여행

기욤 패트리와 퀘벡을 여행했다

퀘벡 시티 출신의 방송인 기욤 패트리가 일전에 가졌던 인터뷰에서 한 말을 기억한다. "퀘벡의 매력을 제대로 보려면 겨울에 가야 해요. 퀘벡 사람들의 진짜 모습, 이 도시의 가장 활기 넘치는 얼굴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리하여 새해 첫 주, 기욤과 퀘벡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떠난 날 AFP 통신은 북극 한파가 캐나다를 강타했다는 뉴스를 전했다. "동부 퀘백 주의 경우 주택 수십만 채가 밤새 정전됐다. 몬트리올과 토론토의 공항에서는 활주로에 얼음이 얼고 강한 눈바람이 계속돼 항공기 수십여 편의 운항 스케줄이취소되거나 지연됐다"는 기사를 퀘벡행 비행기가 3시간째 지연된 몬트리올 공항에서 읽었을 때 기욤에게 "당신 혼자 잘 갔다 오라"는 말을 할 뻔했다. 그때 혼자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 정말로 다행이다. 셀러브리티와의 해외 출장이 이렇게 유쾌한 여행이었던 적이 있었나? 어떤 사람의 추억을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둘 모두에게 낯선 도시를여행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찬바람에 속절없이 흐르는 콧물을 서로 못 본 척해가면서 퀘벡 시티 곳곳을 누볐다. 기욤이 가장 적극적으로 우리를 안내한 곳은,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팬이라면 짐작하겠지만, '맛집'이다. 그는 고향의 먹거리를 정말로 사랑했다. '소고기욤'(고기를, 특히 한우를 사랑해서 붙은 그의 별명이다)이 가장 사랑하는 퀘벡의 스테이크, 자기에겐 '엄마표 음식'이나 마찬가지라던 특제 소스를 곁들인 로스트 치킨, 꽁꽁 언 오장육부를 녹여주는 뜨거운 완두콩 수프, 튀긴 감자에 그레이비소스와 말캉한 치즈를 끼얹은 푸틴poutine, 그리고 퀘벡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마이크로 브루어리 '라 바르베리La Barberie'의 샤도네이 맥주(샴페인 풍미의 맥주로어마어마한 맛을 자랑한다)…. 그가 엄지를 치켜든 것마다 나와 촬영팀은 폭식으로 화답했다. 기욤에겐 고향에 돌아온 것이긴 했지만, 동시에 여행이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경험들이 많았어요. 테라스 뒤프랭에서 탄 토보간이나 개썰매는 아마 대부분의 퀘벡 시티 사람들도 못 타봤을걸요? 생 로크 지구는 제가 어렸을 때 만 해도 빈집이 많은 험악한 동네였는데 지금은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라고 하더라고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찾는 고향이지만 이번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네요." 머무는 동안 퀘벡 시티의 외곽까지 종횡무진했지만 나흘이라는 시간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짧았다. "퀘벡은 스키를 좋아하고 잘 타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겨울 여행지예요. 퀘벡 시티 근교의 르 마시프Le Massif에서 꼭 스키를 타보길 추천해요. 난도 높은 슬로프가 꽤 있거든요. 몽모랑시 폭포 공원 앞에서 기차를 타면 쉽게 닿을 수 있어요." 아쉬움을 가장한 기욤의 퀘벡 자랑은 깊은 밤까지 끝날 줄을 모른다. 우리는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사 온 10병의 맥주가 다 비워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3월에 퀘벡을 여행한다면 메이플 농장에 가봐도 좋을 거예요. 메이플 나무에 구멍을 뚫고 양동이를 받쳐 수액을 받은 후 슈가 셰크Sugar Shake로 돌아와서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어요. 저도 어렸을 때 가족들과 메이플 농장을 즐겨 찾았던 기억이 나네요. 아, 그리고 퀘벡 시티에 곧 새로운 하키 스타디움이 문을 열어요. 캐나다 사람들이 아이스하키에 열광하는 거 알죠? 새 경기장에서 하키 게임을 관람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의 퀘벡 친구, 기욤의 열광적이고 성실한 가이드를 누리며 닷새 동안 이 도시를 여행한 나는-추운 것만 빼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 행운을 혼자서 누릴 순 없으므로 당신에게도 전한다. 기욤 패트리가 친구처럼, 애인처럼 안내해준 퀘벡의 겨울.


<2015년 2월호>

에디터

류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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