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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을 참아온 눈물 & 2. 삶의 끝자락에서

거울속의 내모습 2018. 1. 16. 22:49

  50년을 참아온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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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방송 프로그램에 한 노신사가 초대되었습니다.
왜 자신이 이 프로그램에 초대되었는지도 모르는 노신사에게
아나운서는 놀라운 자료를 보여 주었습니다.

바로 그 노신사에게 보여준 것은 2차 세계대전 동안
체코 프라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669명의 유대인 아이들을
영국으로 입양시킨 증거서류와 사진들이었습니다.

노신사의 이름은 영국의 쉰들러라 불리는 니콜라스 윈턴입니다.
방청객들은 윈턴 씨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윈턴 씨는
오히려 부끄러워했습니다.

전쟁 당시 29살 은행원이었던 윈턴 씨는
아이들까지 갇힌 나치의 난민 캠프의 실상을 보고서는
사비를 털어 669명의 아이를 영국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했지만,
나치의 폴란드 침공으로 마지막 250명의 아이를 태운
기차는 출발조차 못 했으며, 그 아이들은 지금까지
생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구한 아이들 보다 구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심한 죄책감을
느낀 윈턴 씨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50년 후, 그의 아내가 관련 서류를 우연히 발견하여
방송에 알리지 않았다면 아직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방송에 불편해하는 윈턴을 보며 아나운서가 말했습니다.
"혹시 방청객 중에 여기 있는 니콜라스 윈턴 씨가
생명을 구해주신 분이 있다면 일어나 주세요."

그러자 윈턴 씨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 아이들이 윈턴 씨를 위해 그 자리에 모인 것이었습니다.
윈턴 씨는 그들과 함께 50년 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습니다.

윈턴 씨가 구한 669명의 아이들과 그들이 낳은 자녀와 손자들까지,
약 6,000명의 가족들을 '니키의 아이들'이라고 부릅니다.

2002년에는 '니키의 아이들' 5,000명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으며,
2003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고,
2008년에 체코 정부는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2014년에는 최고 권위의 백사자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영국의 쉰들러'인 니콜라스 윈턴은 가족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2015년 7월 1일 10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직도 체코 프라하 중앙역에 있는 윈턴의 동상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추모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타인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온 영웅입니다.
남에게 해준 일보다는 해주지 못한 일을 괴로워하는 성자입니다.
그 아름다운 인생에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 오늘의 명언
삶의 참된 의미는 나무를 심으며 훗날 그 나무 그늘에 앉아
쉴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 넬슨 헨더슨 -






   삶의 끝자락에서




2017년 8월 초, 한동안 선선하더니 다시 더운 날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환자 침대를 끌고 보호자와 함께 산책하러 나갑니다.
침대를 끌고 온 내 등에는 땀이 흥건하고 더운 바람에
땀을 식히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때 들려오는 환자의 한 마디.
"우와, 시원하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자연 바람이 너무 좋았나 봅니다.
남들은 시원하게 나오는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만
한 달 가까이 병실에 있는 환자에게 병원의 에어컨 바람은
차갑게 느껴지고 심지어는 춥다고 합니다.

병실에서 수면 양말까지 신고 오신 환자는
햇볕을 쬐기 위해 양말을 벗고 이불까지 걷어
온몸으로 햇볕을 느껴봅니다.

보호자와 저는 너무 뜨거운 햇볕에
눈을 뜨고 있기조차 힘들어 그늘 밑에 앉아
말없이 환자를 바라봅니다.

환자의 행복한 모습에 산책 오길 잘했다 생각하지만,
옆에 앉아 있는 보호자는 간호사의 바쁜 시간을 뺏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안절부절못합니다.

하지만 올해 봄부터 밖에 나가지 못하고 병실에만 누워있던
환자분을 생각하면서 산책을 나왔습니다.

갑자기 햇볕을 쬐던 환자가 우릴 부릅니다.
"잠시만 도와주세요.
침대를 천천히 360도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이 하늘나라 가기 전에 마지막 산책이 될 것 같아서...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고 기억하고 싶네요."

너무 힘들고 슬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아는데
환자의 한마디에 보호자와 저는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침대를 천천히 돌리고 있습니다.
천천히 환자가 주위를 둘러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렇게 2번의 산책을 더한 환자분은
사랑하는 아들과 딸, 배우자에 둘러싸여
행복한 표정으로 임종하셨습니다.

저는 날씨가 좋은 날에 침대에서만 생활하시는
환자를 모시고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하는 산책이 저에게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분들에게는 따뜻한 날이 되고 행복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국제성모병원 김정영 -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나고 죽음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죽음은 언제 우리를 찾아올지 모르기에 늘 두렵고 피하고 싶은 길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삶의 마지막을 잘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으로 생의 끝자락이지만
또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행복하고 놓칠 수 없는 시간들...

따뜻한 하루는 국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을 간호하고 봉사하는 분들에게
칭찬 꽃 110송이 전달했습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고통받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여러분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