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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던 쥐가 물러섰다는 가파른 협곡, 내시경처럼 엿보다

거울속의 내모습 2016. 8. 11. 21:47
쫓기던 쥐가 물러섰다는 가파른 협곡, 내시경처럼 엿보다

구로베 협곡을 내달리는 도롯코열차.

   구로베 협곡을 내달리는 도롯코열차.

 

 

 

일본 알프스 그 웅장한 산자락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협곡열차가 있다. 내시경으로 헤집듯 대자연의 내밀한 공간을 치닫는 쾌감을 선사하는 열차다. 도야마현 구로베 협곡에 놓인 도롯코 열차가 그 주인공이다.

골 깊은 구로베 협곡에 철로가 놓인 건 수력발전을 위해서였다. 알루미늄 산업이 커지자 전력이 필요해 수력발전소 조성에 나선 것. 깎아지른 협곡의 물길을 따라 철길이 만들어진 것은 약 90년 전. 인부들에 의해 협곡의 아름다움이 전해지자 타보고 싶다는 이들이 몰렸다. 80년 전부터 일반인들도 유람을 위해 이 열차를 탈 수 있게 됐다고. 당시 유람객이 탄 객차는 지붕이 없는 일반 화물칸. 철도회사는 그들에게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주지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일반인 승객 칸을 따로 만들어 제대로 요금을 받는 본격 관광열차가 운영됐다.

열차는 구로베 물로 달린다. 협곡의 댐에서 만든 전기로 달리기 때문이다. 열차의 이름인 도롯코에 대한 유래는 여려가지가 전해진다. 이중 트럭의 일본식 발음에서 나왔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고 한다. 처음 열차의 용도가 댐 건설의 부품 운송이었기 때문.

 

 

 

댐을 지나는 구로베 협곡열차.

   댐을 지나는 구로베 협곡열차.

 

 

 

원숭이 전용 현수교. 댐 건설로 원숭이의 이동통로가 막히자 만들어준 다리다.

    원숭이 전용 현수교. 댐 건설로 원숭이의 이동통로가 막히자 만들어준 다리다.

열차의 출발점은 구로베 계곡 온천마을에 있는 우나즈키역이다. 이곳에서 게야키다이라역까지 20㎞를 달린다. 지나는 터널 수가 41개, 건너는 다리가 21개에 달한다.

열차는 신야마비코 다리, 우나즈키 댐을 지나 신야나기가와라 발전소, 원숭이 전용 출렁다리를 스친다. 또 이 열차는 다시다이라 댐을 지나 고양이에 쫓기던 쥐도 너무 가팔라 도로 내려왔다는 네즈미가에시 암벽 등을 거쳐선 가네쓰리 역에 정차한다. 이곳에서 내리면 역 주변의 강변 노천탕과 구로베 만년설 전망대를 볼 수 있다. 또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만년설 전망대엔 한 여름에도 녹지 않는 눈덩이가 있었다는데 지구 온난화에 다 녹아버렸다. 전망대 이름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가네쓰리 인근의 아름다운 물빛.

    가네쓰리 인근의 아름다운 물빛.

 

게야키다이라의 오쿠가네 다리.

   게야키다이라의 오쿠가네 다리.

 

게야키다이라의 히토구이 바위.

게야키다이라의 히토구이 바위.

강변 노천탕에서 마냥 여유를 즐기다 다시 열차를 타고 더 깊숙한 계곡으로 올랐다. 종점인 게야키다이라에선 강줄기를 따라 편안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빨간 오쿠가네 다리를 지나 사람을 삼키는 바위라는 히토구이 바위도 지난다.

역사 아래의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놓여있다.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다 바로 옆 족탕에서 따뜻한 온천을 체험할 수 있다.

구로베 협곡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가을 단풍이 물들 때라고 한다. 겨울엔 폭설 때문에 운행을 중지한다.

 

우나즈키=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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