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파란 바다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곳으로

비행기에서 바라 본 제주도의 모습. 애월읍 곽지해수욕장이 보인다.

누구에게나 제주의 기억은 찬란하게 빛난다. 이곳의 추억은 계절을 탓하지 않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혹시나 상처가 있는 이도 괜찮다. 당신의 상처는 시원한 바람과 시퍼런 바다가 치료해 줄 것이며, 이곳에서의 추억은 머리와 가슴을 행복으로 가득 메꿔줄테니까.

이른 아침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향한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것은 여행자가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니 말이다. 덕분에 해가 깨어나기도 전에 탑승한 비행기에서 ‘일출’이라는 근사한 선물을 맞이하며 제주의 여행은 시작됐다.

AM트레킹과 함께한 제주도 여정은 1박 2일간 진행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라산과 올레길까지 제주의 알짜베기 여행지만을 모아 놓은 상품. 총 16명이 함께한 제주도 트레킹의 일정은 한라산 백록담 정상 등반을 시작으로 다음날 올레길 10코스까지 이어지는 스케줄이었다.

멋진 일출을 감상하며 1시간 만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에서 유난히 커보였던 제주공항은 이제 작게만 느껴졌다. 공항 밖으로 넓직한 잎사귀를 가진 나무들이 먼저 반겼다. 공항을 나서자 느껴진 따뜻한 기온에서 남쪽나라임을 실감케 했다. 곧이어 일행을 안내하는 기사분을 따라 버스에 올랐다.

이들에게 제주도는 신혼여행의 추억이 담긴 곳이다.

한라산의 비경과 푸른 하늘을 만끽하다

'정면을 바라보면 한라산이 뚜렷히 보입니다. 여러분 이곳은 제주도입니다'

운전기사의 말처럼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제주에 온 것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대형버스를 타고 한라산의 등반의 시작점인 성판악으로 이동했다. 30분 가량을 달려 한라산 동릉 정상 백록담으로 향하는 들머리인 성판악에 도착했다.

가볍게 꾸린 배낭을 메고 신발 끈을 다잡으며 산행을 준비했다. 입구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현수막에는 ‘12시 이전에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혹시나 시간 내에 닿지 못할까봐 이내 발걸음을 서둘렀다.

'우리 신혼여행 이후 제주도는 처음이지?', '아니 그전에도 왔었는디 그때 태풍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자너' 부부 위주로 구성된 일행들. 신혼여행과 결혼기념일의 추억이 묻어있는 제주의 기억을 떠올리며 산길을 밟았다.

들머리인 성판악은 해발 750미터로 비교적 높은 고지에서 시작되기에 3~4시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급격한 오르막이 지속되고, 돌길 위주의 탐방로로 초보자들에게는 조금 버거울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대피소에서 가볍게 목을 축이고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전보다는 조금 심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1시간에 걸쳐 이동해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했다. 1,500원짜리 컵라면에 행복해하며 끼니를 때우고 정상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끝없이 펼쳐지는 오르막에서 땀을 빼서야 백록담에 도착했다. 며칠이나 계속해 비가 내려 뿌옇던 제주의 하늘이 이날은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AM트레킹 회원들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올레 10코스

다음날 든든한 아침을 챙겨 먹고 제주 올레 10코스로 향했다. 제주 올레 10코스는 화순금모래해변을 시작으로 모슬포항 하모체육공원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총거리는 15.5km에 이르며 산방산을 바라보며 해안을 걷기 시작해 송악산과 섯알오름을 넘어야 한다.

제주 올레 10코스 초반부는 산방산을 바라보며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다.

올레 10코스는 지질트레일과도 겹치는 구간이 많다.

제주올레 홈페이지에서는 보통 5시간이면 완주를 한다고 하나 경치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다보면 7시간쯤은 걸린다. 이곳에서 여유가 된다면 용머리해안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용머리해안은 바닷 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해안으로 좁은 통로를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오랫동안 층층이 쌓인 사암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용머리해안은 만조와 기사악화시 통제되므로 관람 전 미리 확인해야 한다.(문의 제주관광공사 064-740-6000)

올레 10코스를 걷는 내내 '바람이 너무 시원하지 않아요? 역시 제주도에요'라며 일행들은 제주에 대한 칭찬만을 건넸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과 시퍼런 바다에 자신의 기억을 더하고 있었다.

제주는 언제나 여행을 꿈꾸는 이를 환영한다. 계절 또한 상관없다. 시원한 바람과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가 기다리는 제주로 가자. 어느 생각을 품고 있던 당신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줄테니.

올레 10코스 중 송악산을 향해 걷고 있는 일행

information

한라산 등반성판악입구-속밭대피소-사라오름입구-진달래밭대피소-동릉 정상 (9.6km·진달래밭 3시간, 정상 4시간 30분, 왕복 8~9시간) 한라산 동쪽의 성판악탐방로는 경사가 완만한 반면 거리는 가장 길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 오를 수 있으며 편도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성판악관리사무소에서 속밭, 사라오름입구,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 동릉 정상에 이른다. 또한 탐방로 5.8km 지점에서 갈라지는 사라오름 전망대에 오르면 산정호수와 한라산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숲길이라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한라산의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성판악탐방로의 매력이다. 2015년 6월부터 관음사탐방로 삼각봉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는 낙석사고로 인하여 통제되어 하산시 관음사탐방로 구간으로는 하산할 수 없으니 참고해야 한다.올레길 10코스화순금모래해변-사계포구-패총-송악산-송악산전망대-섯알오름-4.3희생자추모비-모슬포항(15.5km·4~5시간) 화순금모래해변에서 시작해 산방산의 전경과 해변을 걷는 길이다.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를 감상할 수 있으며, 영실계곡 뒤로 한라산의 전경도 바라볼 수 있다. 제주 올레 중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코스로 손꼽힌다. 특히 이곳은 다양한 지질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올레길과 별도로 지질트레일이 연결되어 있다. 사계포구에서 송악산주차장(5.5km)까지는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으며, 10코스는 도로와 시원하게 펼쳐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10코스는 2015년 7월 1일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휴식년제에 들어가 표식기 등은 모두 수거한 상태다. 10코스 안내소에는 ‘탐방객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설명문구가 남아있다. 대부분이 트레일이 지질트레일과 겹치고 제주경찰서에서 안전표식기를 설치해 이를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다.상품문의 - AM트레킹전화(02-325-1375), 홈페이지(www.amtrekking.co.kr), 인터넷 카페(cafe.daum.net/ciko) 한라산 트레킹과 제주 올레길을 맛볼 수 있는 1박 2일간의 제주도 여행은 가격은 17만5천원부터(일~수 출발), 32만9천원(금~토 출발). 또 왕복비행기, 숙소, 식사 4끼가 포함된 가격이다

강성구 기자 / river@emount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