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경, 스위스가 처음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알프스에 철길을 놓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유럽인은 이를 '불가능한 일'로 단정 지었다. 사실 당시의 낙후한 철도 기술로 알프스 산악을 오른다는 것은 일종의 꿈같은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위스는 그 꿈을 끝끝내 구현해 내고 말았다.
알프스 능선 위로 철길을 놓기까지
스위스의 시계 산업이 발달한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알프스가 있다. 4000m의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곳,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원시적 자연이 남아 있는 유럽의 유일한 지역. 스위스는 이런 알프스를 넘기 위해 다른 유럽인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야 했다.
알프스의 혹한과 험난한 지형을 넘기 위해 일찍부터 기차를 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유럽인들이 개발하지 못한 정밀한 기계를 만들어냈다. 알프스의 암벽 바위에 철길을 놓기 위해서는 고도의 계측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스위스의 시계 산업의 발전에는 알프스에 기차를 놓기 위한 스위스인들의 피나는 노력이 깔려있다.
스위스가 알프스 산악지대에 철도를 놓겠다는 구상을 하기 시작한 것은 1890년 경이다.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 스위스의 철도 사업은 이후, 스위스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스위스는 일찌감치 알프스에 석탄보다 더 가치 있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관광사업이다.
알프스를 등정하기 위한 산악인이 줄을 잇자, 스위스의 기차는 이들을 실어나르며 더욱 발전했다. 알프스 산악철도의 새로운 전기가 시작된 것이다. 1896년 완성된 고르너그라트 철도 건설을 위해 2년간 2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험준한 산길 위에 철길을 깔았다는 사실은 이제 역사 속에 전설처럼 남아 있다.
이처럼 스위스의 산악철도는 알프스를 정복하겠다는 인간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였다. 험난한 산악지형에 철길을 놓기 위해 정밀한 궤도 측정이 필요했고, 가파른 산길을 기차가 달리게 하도록 평지에서보다 강력한 엔진과 기계장치들이 필요했다.
그 결과, 현재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앞선 철도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철도 기술에서 갈고닦은 실력은 그대로 스위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정교한 스위스 기계산업과 알프스 산악철도는 그렇게 나란히 발전을 거듭해 나갔다.
산악철도 버티칼알프스 에모송을 타고
버티칼알프스 에모송은 스위스 기차 기술의 축약판이다. 해발 1125m의 르 샤틀라르역에서 출발하는 버티칼알프스 에모송은 산 정상에 위치한 에모송 댐까지 이르는 3개의 기차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기차는 87도에 달하는 경사의 케이블카(Funicular)다. 직각에 가까운 가파른 철길을 단숨에 수직으로 오르는데, 2개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놀이기구를 타고 있을 때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기존에 밖으로 다리를 내놓고 타던 구조에서 안전이 강화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바닥과 천장이 통유리로 장식되어 더욱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며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을 만끽했다면 이번엔 파노라마 열차(Panoramic Train)를 타고 몽블랑의 경관에 감탄할 차례다. 마주 보는 레일과의 간격이 60cm밖에 되지 않는 이 열차는 해발 1825m 위에서 몽블랑의 환상적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버티칼알프스 에모송의 백미다. 마지막은 모노레일을 타고 73도의 경사를 오르는 엘리베이터 캐빈(Minifunic)이다. 철로 위를 타고 오르지만, 그 모습이 마치 엘리베이터와 똑 닮아 엘리베이터를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서는 알프스의 만년설이 놀아 만들어진 아름다운 에모송 댐을 만날 수 있다. 지난 5월 23일 3년 만에 재개장한 열차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운행된다.
이슬기 수습기자 ∣ 사진 특별취재팀 / seulki@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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