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의 루멜리 히사르 요새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성곽에서 서서 해협을 바라봐야 하지만, 추락 사고가 발생해 성곽에 오르는 계단을 막아놨다. 요새 내 지대가 높은 곳에 오르면 성곽과 해협, 대교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
각종 수식어가 붙는 터키 이스탄불은 과거 휘황찬란했던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다. 유럽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뿌리는 아시아에서 시작된 곳이다.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기독교가 공존하고 있다. 어느 하나만의 문화라고 특정하기 어렵다. 여행객에게 이런 모습은 다른 어떤 도시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 쪽에 치우치기보다 경계에 서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경계의 중심 보스포루스해협
경계에 서있는 이스탄불을 확인하려면 보스포루스해협을 봐야 한다.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연결하는 바닷길로 아시아와 유럽을 가른다. 한 쪽에서 서면 반대편은 아시아고, 아시아 쪽에서 바라보면 반대는 유럽이다. 여행객은 단 몇 걸음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갈 수 있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를 모두 품고 있다.
보스포루스해협의 중요성은 이스탄불 유럽 지역에 있는 루멜리 히사르 요새가 대변한다. 1452년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가 비잔티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하기 위해 건설했다. 요새는 보스포루스해협을 지나 콘스탄티노플로 향하는 모든 선박들을 감시하고 공격하는 역할을 했다. 비잔틴의 숨통을 죄기 위해서다. 석공 1만명과 인부 1만명을 동원하여 139일 만에 지은 성채로, 계단식 성곽으로 돼 있다.
‘세계의 수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던 곳이지만 지금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제2대교와 해협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성곽에서 서서 해협과 반대편 아시아 지역을 바라봐야 하지만, 현재는 성곽을 오르는 계단 곳곳을 막아놨다. 계단이 가팔라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협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성곽 위를 걷는 추억을 담을 순 없지만, 요새 내 지대가 높은 곳에 오르면 성곽과 해협, 대교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다리 밑으로 거대한 크기의 상선과 군함들이 수시로 지나는 모습에서 해협의 수심이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스만제국의 술탄이 아야 소피아 성당 맞은편에 세운 블루모스크. |
◆공존의 상징 모스크와 성당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카바 모스크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카바 모스크만 여섯 개의 미너렛을 가지고 있었는데, 블루모스크에 같은 수의 미너렛을 세우자 신성모독을 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에 오스만의 술탄이 카바 모스크에 일곱 번째 미너렛을 세우는 비용을 지원해 반발을 무마했다고 한다.
아야 소피아 성당. |
이처럼 술탄이 블루모스크를 웅장하게 세우려 한 것은 맞은편에 있는 아야 소피아 성당과 관련이 있다. 오스만제국에 앞서 이스탄불을 점령한 비잔틴제국이 6세기에 지은 이 성당은 황제의 대관식이 열렸던 곳이다. 오스만제국이 지배한 후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된 이 성당은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전통이 혼재해 있다. 기독교의 상징인 성당의 규모에 밀리지 않기 위해 오스만제국의 술탄이 성당 맞은편에 블루모스크를 건축한 것이다.
예레바탄 지하저수지. |
◆섬뜩한 지하 세계와 활기찬 지상 바자르
블루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성당 인근에 예레바탄 지하저수지가 있다. 안에 들어가면 한여름에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지하라는 공간의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조명도 밝지 않고 붉은 빛이 감돌아 으스스한 기분이 들게 한다. 비잔틴제국 시절에 건설된 이곳은 화려한 문양의 대리석 기둥 때문에 지하궁전으로도 불린다. 저수지를 지탱하고 있는 아름다운 기둥 336개는 각지의 신전에서 운반해 온 것들이다. 저수지 끝에 이르면 기둥 2개를 메두사 조각상이 각각 떠받치고 있다. 죽음을 뜻하는 메두사의 얼굴을 지하에서 보니 섬뜩함이 더한다.
이스탄불 시내 상점에서 그릇과 스카프 등을 구경하는 여행객들. |
이스탄불(터키)=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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