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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동상이몽 우리 집 .&2.우리 안녕하자, 시후야!

거울속의 내모습 2015. 12. 19. 21:40

동상이몽 우리 집

 




= 아들 이야기 =

"없는 돈에 보내는 학원이 얼마나 많은데, 넌 왜 그렇게 무기력하니!"

온종일 우리 부모님이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요즘은 시험 기간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몇 주 전부터 과목별로 공부를 해왔지만 계획대로 하기가 어렵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수업이 시작되고
또 방과 후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야 한다.
학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에는 멍하니 앉아 있는 것도 벅차다.
'쉬고 싶다, 자고 싶다.' 그런 생각만 계속 든다.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늦은 저녁 시간.
학교부터 학원까지 거의 온종일 공부하느라 머리가 멈춘 것만 같다.
그런데 저녁 식탁에 조금이라도 오래 앉아 있으면
곧 엄마 아빠의 잔소리 폭탄이 시작된다.

스스로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바라는 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진다.

'이대로 삶을 놓아버리면 이 모든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겠지.
그냥 살지 말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내가 이런 생각마저 하고 있다는 걸 과연 부모님은 알까.





= 아빠 이야기 =

나는 굉장히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 들어오면 집안을 무겁게 만들었던 우리 아버지와 비교하면
아이의 공부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자상한 아빠니까.

직업 군인을 할까 하고 군대에 오래 있다가 사회생활이 늦어 버렸다.
그래서 늦은 사회생활을 따라가느라 하루 13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깨어 있는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짧은 만큼,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제때 공부를 해서 자리를 잡지 않으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잘하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다.'

아이의 성공으로 자식 덕을 보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만큼은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처음부터 아이에게 감시하듯 잔소리를 해댔던 건 아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성적표를 보는 순간,
'이게 그동안 애면글면하며 아이를 뒷받침해온 결과인가?'
허무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너무 무르게 대해서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성적표를 받아온 날, 독한 마음으로 매를 들었다.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부디 아들이 아빠의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EBS 다큐프라임 특별기획 '가족 쇼크' 중에서 –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해 헌신하는 부모들이 바라는 자녀교육은 무엇일까?
이런 부모의 노력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해지고 있을까?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부모님 때문에 상처받고 있다는
아이들의 고백을 통해 좋은 부모가 되기를 열망하면서
정작 이 시대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BS 인성 및 부모 교육 기획 '다큐프라임-가족 쇼크'가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왜 유독 요즘 가족은 이렇게 서로를 힘들어할까'라는 이야기로
우리 주변 가족의 내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또는
'자녀로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로
댓글을 남겨주시면 5분을 선정하여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오늘의 명언
인생은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소중한 여행일지니
서투른 자녀 교육보다 과정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훈육을 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키에르케고르 -

 

 

 

 

 

 

 우리 안녕하자, 시후야!

 

어떤 마법이 잡아끄는 것처럼 아픔이 있는 곳에
희망은 늘 따라옵니다. 어른들은 믿지 않지만, 아이들은 믿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보다 강할 때가 많습니다.

"내 편지로 네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매일매일 써주고 싶은데,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고
그 모르는 사람마저 아픈 사람이면 네가 싫을까 봐..
내가 경험해 봤거든."

- '예지가 시후에게 써 준 편지' 중에서 -






5.02kg의 우량아로 태어난 우리 시후,
활동량이 적었지만, 아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3개월 후 예방접종을 했는데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습니다.

미로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날 우리 가족은 길을 잃었습니다.

큰 이상은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 이곳저곳을 찾았습니다.
병원마다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대학병원으로 가 수많은 검사까지 진행해봤습니다.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우린 미로에 들어섰지만,
금방 출구를 찾아 나아가는 듯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그런데.. 5개월 즈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련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 경련으로 시후는 뇌 손상과 다발성 경련까지 진행됐습니다.
출구인 줄 알았던 그 문은 또 다른 미로의 시작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유전자 검사부터
근육 일부를 떼어 검사하는 근육 생체검사까지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원인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던 중 한 병원에서 시후의 병명을 찾아냈다고 했습니다.
멜라스 증후군 또는 미토콘드리아 근병증,
부르기도 어려운 생소한 병.






멜라스 증후군 또는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이라 불리는 이 병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일단 발병되어 진행되기 시작하면 몸의 기능이 퇴행하고 멈춰버리는 병.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겨
에너지 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반드시 약물이 있어야만 약간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는 병입니다.

그마저도 퇴행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신체기능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의 장기 운동마저 멈추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아주 무서운 병이라고 합니다.

두렵습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끔찍합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무서운 상상 아니 현실이
우리 가족의 웃음을 빼앗아 갔습니다.

태어나 3개월 후부터 지금까지...
큰아이를 돌보며 일주일 내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입원과 재활 치료를 다니는 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이 질주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멈추는 순간 몸은 굳어버리고 모든 기능이 멈추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소홀해도 병마는 신호를 보냅니다.
마치 '너희가 감히'라고 하는 것처럼
시후의 고통을 가지고 우리 가족을 협박하곤 합니다.






우리는 시후와 함께할 행복한 시간이 얼마만큼 남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합니다.

아픈 시후지만,
그렇게라도 우리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 미안합니다.
엄마로서 시후를 살리고 싶습니다.

병이 씻은 듯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더 큰 욕심을 부리고 싶지만,
거기까지 바라면 하늘이 벌하게 될까 두려워
더는 욕심은 내지 않겠습니다.

아픔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지요?
시후가 믿듯 예지가 믿듯 저도 철석같이 믿어보겠습니다.
희망이 있을 만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또 길은 있을 테니까요.

전 헤어짐은 준비하지 않겠습니다.
선물 같이 소중한 하루를 보내기도 모자란 시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