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아, 행복아! 장난 그만 쳐, 못 찾겠단 말이야!
우리 가족에게 머물러 있던 희망과 행복은 그렇게
술래잡기한다는 이야기도 없이 꼭꼭 숨어버렸습니다.
바보가족이었습니다.
첫 딸아이가 태어나자 엄마도 아빠도 딸 바보가 됐기 때문입니다.
떼쓰는 것도 예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볼을 어루만져 주면 세상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 살, 두 살, 세 살..
소소한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갑자기, 통보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희망도, 행복도 모두.
네 살이 되던 해, 아이가 이상해졌습니다.
잘 먹지도 못하고 틈만 나면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체했나? 별일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더 이상했습니다.
그 작은 몸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장기들이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성적으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발병 후 아이는 입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심지어 누구나 쉽게 마시는 물조차도
몸속 장기들이 전혀 활동하지 않으니 마실 수 없었습니다.
질환 코드: K59.81 만성 가성 장 폐쇄 증후군
이름이 생소한 만큼 국내나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드문 희귀병, 희소병이라고 말하더군요.
더 억장이 무너지는 건, 처음 보는 사람들은
딸 아이가 아프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여느 아이들과 같다는 것입니다.
몸에 보이지 않는 장기들만 활동을 안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말하고 듣고, 보고, 냄새 맡고 식욕이 당기고 하는
모든 감정과 욕구가 일반 아이들과 같아서
더 감당하기 힘들고 괴로운 일인 것입니다.
그렇게 10년, 더 기다려도 될까요?
희망도 행복도 예고 없이 사라졌으니
혹시 기다리면 예고 없이 다시 나타나 주진 않을까 기다려봅니다.
나쁘게 살지 않았으니 반드시 나타나리라 믿고 싶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것이란 희망과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 생각으로 우리 가족은 숨 쉴 수 있었고, 하루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합병증으로 인한 새로운 병들이
아이의 몸에 비집고 들어와 지금은 만성 가성 장 폐쇄 증후군만이 아닌
15가지의 병을 더 감당해야 하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위 절제, 소장 일부 및 대장전체절제, 장루수술, 난소종양수술, 각종 감염 등
병원에서 감행한 수술과 시술만 수십 차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지만,
아이의 몸속에 하나 남은 짧은 소장마저 움직이지 않아
여전히 먹을 수 없습니다.
먹지 않았는데도 늘어난 장에서는 심각한 염증이 생겨
쉴 새 없는 구토와 극심한 복통, 심한 설사로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었습니다.
고통을 줄이려고 오랜 기간 처방받아 온 스테로이드제도
이제 아이의 고통을 줄여주긴커녕 오히려 독이 되어 버렸습니다.
뼈마디마다 극심한 고통과 비정상적인 붓기 등의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버티기도 힘든 아이의 삶에
고통 하나를 더 얹어 놓습니다.
그렇게 1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그 오랜 세월을 보내며
희망도 행복도 찾아오리라 믿고 싶지만,
솔직히 제 마음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희망 더하기 절망 곱하기
최근 병원에서 뇌사자의 6~7개(위, 소장, 대장, 췌장, 십이지장, 간, 비장)장기를
한 번에 이식하는 다 장기이식수술만이
이 무시무시한 병과 이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분명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희망은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싫은가 봅니다.
다시 절망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수술 성공확률 10%
쉽게 결정 내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저와 남편은 아이의 수술확률만큼 3~4억 원이 소요되는
어마어마한 비용 앞에 결정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로서 돈 때문에 아이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치료제나 치료방법이 없는 희귀병은 해외에서 조달한 약품을 사용하게 됩니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치료비로
결국 빚더미에 올라 가족이 해체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정부에서 이러한 환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산정특례제도를 도입했고,
산정 특례코드가 부여된 희귀병은
80~90%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왜 저희에게만 이토록 가혹한 걸까요?
우리 딸의 병은 발병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산정 특례코드를 부여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는 한 달 평균 병원비 최소 250만 원,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700여 만 원 이상이 매달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차도 팔았습니다.
팔 수 있는 게 더 남았다면 모두 팔았을 것입니다.
미안해 하지마 아가, 엄마가 더 미안해
매일 5가지 종류의 수액을 아이의 작은 가슴에 꽂고
케모포트라는 주삿바늘 하나만 의지한 채 24시간을 버텨야 하는 내 딸..
저 어린 녀석이 감당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 앞에
무력해진 부모의 마음은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이제 열세 살이 됐습니다.
아이는 점점 현실을 보고 자신이 아닌 가족을 봅니다.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힘들어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아 고생시켜서 미안해"
아프단 말도 속으로 삭이는 기특한 딸 앞에
점점 희망의 끈을 놓으려는 어미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뼈아픈 자책을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큰 거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엄마가 해 준 따뜻한 밥 한 숟갈만 입에 넣어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마저도 용인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게만 해주세요.
그것마저도 너무 큰 소원인가요?
엄마가 희망을 노래할게.
병원에 입원해 있는 10년간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이가 아파요? 엄마 잘못이 커요"
"굿을 해보세요. 병이 나을 수 있어요"
"아이가 왜 못 먹어요? 세상에 못 먹는 있구나! 신기하다"
"왜 몰래 먹어요. 아이랑 같이 먹어요"
사람들은 무심코 던집니다.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모른 체..
전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아파요. 제 잘 못인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어요"
"아이의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제 영혼을 드릴 수도 있어요"
"저도 그런 신기한 병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먹을 날이 오겠죠? 그렇죠?"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에
큰 단체부터 작은 단체까지 죄송함을 무릅쓰고 두드려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산정 특례가 없는
희귀병은 돕기 힘들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아픈 자식의 사연을 공개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부모의 절박함은 이성을 지배해 버립니다.
당장 아이의 건강이 좋아지고,
병원비가 해결되고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희가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대해 많은 분이 알아주시고
함께 기도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럼 하늘도 분명 들어 주실 테니까요.
내가 좀 더 들어주자
딸만 6명인 어느 행복한 가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친구로부터 예쁜 인형 하나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이는 6명이고 인형은 하나라서 누구에게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고민 끝에 말했습니다.
"오늘 제일 말 잘 듣는 사람에게 이 인형 줄게"
그 말을 듣자 여섯 딸이 한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에이~ 그럼 아빠 거잖아"
아이들 보기에 아빠가 엄마 말을 제일 잘 듣는 사람으로 보인 것입니다.
아이들의 눈에 그렇게 비칠 정도면
행복한 가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은 '들어주기를 힘쓰는 삶'입니다.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추한 삶은 '들어 달라고 떼쓰는 삶'입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존중해 준다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자연의 섭리이긴 하나 사람에게
입이 하나고 귀가 둘인 것은 말하기 보다 듣는 것에
더 노력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생각은
"내가 좀 더 들어주자"입니다.
그럼 어느새 당신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모일 것이고,
그 사람들을 통해 당신은 보다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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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모진 삶을 사는 아버지의 푸념을 들어주세요.
온 가족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실연당한 친구의 말을 들어주세요.
아내의 수다 친구가 되어주세요.
남편의 직장 이야기에 맞장구 쳐주세요.
당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당신 덕에
속 시원하게 오늘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됩니다.
# 오늘의 명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경청의 태도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나타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가운데 하나이다.
- 카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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